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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베이비박스에 넣었으면 살았을 텐데…버려진 영아 사망 안타깝죠"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0-1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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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운영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담임목사 인터뷰
"정인이 사건이 입양 편견 키울까 염려"
뉴스1과 인터뷰한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목사(주사랑공동체 제공) ⓒ 뉴스1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전염병 때문에 사업출범 십수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따뜻한 정으로 버텼지요, 유기 영아 사망같은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요. 2021년은 모두 건강하고, 이곳을 찾는 미혼부모도 줄어들면 좋겠어요."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두었던 23일 오후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해를 회상하는 이 목사의 목소리는 올해 겪은 고통을 씻고 희망찬 새해를 향해 나아가길 바라는 듯 힘찼다.
한 해 평균 150여명 아이들을 구조하고, 누적 4300번 생활비를 지원했다면 이 시대 어벤저스(Avengers·미국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목사와 주사랑공동체 직원 15명 가량은 지난 2009년부터 여태까지 하루도 교회를 닫지 않고 위기가정의 긴급 지원을 해왔다.
이달 21일까지, 올해 구조한 영아는 모두 133명이다. 누적 1818명의 아이들이 이곳의 베이비 박스(Baby Box)에서 생을 영위했다. 장애나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면서 집안의 천덕꾸러기 취급 받거나 자칫 버림받을 수 있던 아이들도 130여명 구조됐다. 이 목사는 "900여명은 시설에 보호됐고, 120명은 입양됐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를 설득, 지원해가며 친부모의 가정으로 돌려보낸 경우도 200명 가량 된다"고 부연했다.
지난달엔 1819번째로 구조돼, 베이비 박스 막내가 될 수 있었던 영아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11월3일 한 여성이 베이비 박스 앞 공사 자재 더미 위에 자신의 친아들(영아)을 두고 가면서 유기 영아가 사망한 것이다. 유기됐던 영아는 밤새 최저 2도대 추위와 추적추적 내린 빗방울에 유명을 달리한 채 이튿날 오전 길을 가던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유기한 친모가 결국 붙잡혀 검찰로 송치돼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구할 수 있던 생명을 눈앞에서 잃고, 시신까지 경찰(서울 관악경찰서)에 인계해야 했던 이 목사와 베이비 박스 직원, 자원봉사자들은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다.
이 목사는 "(생존해 있었을 경우 베이비) 박스에만 넣어줬다면 절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베이비 박스를 열면 바로 알람이 울려서 10초 안팎에 영아를 받을 수 있다. 박스 내부에는 전기담요도 깔려 있어서 일단 영아를 안에 넣기만 하면 폭설이나 비바람에도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목사는 "(영아 친모 수사 경과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우선 베이비 박스 안내판을 더 크게 달았고 (유기시도 영아 부모 등이) 계단만 올라와도 알람이 울리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설날도 추석도, 직원의 경조사가 있어도 베이비 박스 불은 꺼지지 않는다. "영아 유기는 언제나 있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명절과 공휴일에도 베이비 박스는 문 닫지 않는다"고 이 목사는 힘주어 말했다.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가 지난 2019년 8월 강원 강릉 경포호수광장에서 열린 경포 썸머댕댕런에 참석해 세미나를 하고 있다. ⓒ News1 DB
주사랑공동체의 단순 영아 구조는 점차 사회 안전망 확대로 진화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미혼부모 상담과 함께 기저귀나 분유, 생활용품 등이 담긴 베이비케어키트를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1달 평균 100여 가구에 생활비도 지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자원봉사자 손길과 후원 숫자는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언론 등을 통해 베이비 박스를 인지한 이들의 크고 작은 기부는 세밑을 따스하게 했다.
개통령(반려견 대통령)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35)도 소리소문없이 거금을 베이비 박스로 보냈다. 이 목사는 "강 대표가 이름도 밝히지 않고 따뜻하고 선한 나눔을 해줬다"면서 "강아지만큼이나 아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에 무한하게 감사할 뿐"이라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새벽엔 이틀 빠른 몰래 산타가 베이비 박스를 찾았다. 한 여성이 상자를 열어 무언가 두고 떠나려고 했던 것이다. 주사랑공동체 직원과 마주한 그는 "방송과 지면을 통해 베이비 박스를 알게 되고 모니터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며 익명의 기부금을 남기고 떠났다. 이 목사는 "금액과 물품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따뜻한 전화 한 통도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베이비 박스 ⓒ 뉴스1 황덕현 기자
코로나19 위협이 커지면서 베이비 박스와 지원시설의 코로나19 전파 등 우려하는 마음에 봉사 손길이 뚝 끊겼다. 이 목사는 "내부 방역 수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면서 뜻 있는 분들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명(知命·50세)을 넘겨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던 이 목사는 5년 전 환갑을 넘기고 이제 칠순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머리도 하얗게 셌다. 그는 "아이를 안을 수 있는 힘이 닿는 한 현장에서 직접 미혼부모를 만나면서, 문재인 정부에 미혼부모 지원요청과 국회에 관련 법안(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발의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 통과 등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황덕현 뉴스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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