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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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S] "아가야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 미안해"...아빠 되기 힘든 미혼부들
서지은 기자
딸 버리고 떠난 엄마, 아빠는 딸을 잃을까 두렵다… 사랑이법 시행에도 사각지대 여전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혼부 가정이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소망이(가명)와
소망이 아빠의 신발. / 사진= 굿네이버스 제공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미혼부 가정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미혼부는 2020년 기준 6673명이다. 연도별 미혼부 수는 ▲2016년 9127명 ▲2017년 8424명 ▲2018년 7768명 ▲2019년 7082명으로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집계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거나 A씨처럼 법적 보호자가 아닌 경우 등은 파악하기 힘들다.
A씨는 “법적 보호자가 아닌 이상 소망이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도 만들 수 없다”며 “각종 정부 지원도 아빠가 남이라서 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혹시나 소망이를 지킬 수 없는 상태가 올까봐 두렵다”고 호소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혼부들은 그 어떤 지원과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
버거운 현실에 내몰린 미혼부들이 아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베이비박스를 찾는다. 사진은
머니S가 아이를 키우기 힘든 미혼부의 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를 직접 방문했다. 베이비박스 측은 이곳이 출생신고가 어렵가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부모들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비박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 남자가 친딸을 맡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정성스런 손편지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알렸다.
편지를 쓴 미혼부 B씨는 “아이 엄마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며 “갑작스러운 아이 엄마의 사고로 혼자 아이를 돌보게 됐다”고 사연을 전했다. 그는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우기에는 힘든 현실”이라며 “수많은 고심 끝에 이곳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목없지만 잘 웃는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며 딸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담았다.
미혼부 지원 단체 ‘아빠의품’ 김지환 대표(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운영팀장 겸임)는 “출생신고 등을 하기 어려운 미혼부들이 어쩔 수 없이 베이비박스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1년에 7~10명가량 미혼부들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중 10% 이상의 미혼부들이 물적 지원 등을 약속 받은 후 아이를 다시 키울 용기를 얻고 ??돌아간다”며 “출생신고 관련 소송 준비도 최선을 다해 돕는다”고 소개했다.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 사진 = 이미지투데이
C씨는 “지난 2018년 동거했던 여자친구가 임신 사실을 숨긴 채 떠났다”며 “아이 엄마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시설에 맡겼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데려왔지만 친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당시에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개정되기 전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혼외자일 경우 아빠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아빠는 아이 엄마의 이름과 거주지,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알지 못한 상태에서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다. 아이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아도 아빠가 엄마의 이름 등 신상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흔했다.
지난 2월 사랑이법(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통과돼 남성도 출생신고가 가능해졌지만 친부의 출생신고는 여전히 험난하다. ‘친모가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모두 아빠 쪽에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출생신고 완료 전 건강보험 적용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 사진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