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마리에타 베다니장로교회에서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 사역과 한국의 실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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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담임목사의 역설이다. 그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아이들을 원하지 않는 부모들이 영아를 차가운 길거리에 버리는 대신, 따듯하게 보호할수 있도록 만든 상자다. 지난 6년간 813명의 아이들이 부모의 손으로 베이비박스로 보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베이비박스가 영아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에 대해 이목사는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없다”고 답한다.
‘베이비박스’의 주인공 이목사가 애틀랜타를 찾았다. 한국입양홍보회(MPAK) 조지아지부(지회장 캐런 림)의 초청으로 지난 24일 마리에타 베다니 장로교회에서 강연했다. 한인 어린이를 입양한 백여명의 미국 양부모들이 이목사를 만나러 먼 길을 달려왔다. 그는 이미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널리 이름이 알려졌다. 이목사와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드롭박스’가 미국 극장에 개봉한데 이어, ‘넷플릭스’ 등 인터넷에도 상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양부모들은 이목사와 ‘드롭박스’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의 영아 유기 현실에 놀라고, 입양아들의 열악한 현실에 놀란다. 이목사에 따르면, 2012년 한국 입양특례법 제정 이후 유기 영아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 근친상간, 10대 출산, 강간 등으로 인해 출생한 아기 등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버려지는 아기들의 수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목사는 “법 자체가 현실과 너무 괴리가 크다”며 “사람은 누구나 귀중한 존재이며, 목적을 갖고 태어난다. 거리에서 죽어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락 목사가 장애인 사역을 시작한 것은 아들 때문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전신마비 환자다. 이 목사는 “2년간 기도해서 낳은 아들은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숨이 멎었다가 다시 살아났지만 뇌가 망가졌고, 결국 전신마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들을 간호하던 중 만난 만난 한 할머니가 자신의 손녀딸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손녀딸 역시 전신마비 환자였다. 이 목사는 그 부탁을 들어줬다. 그래서 시작한 장애인 사역이 바로 ‘주사랑공동체’가 됐다.
이 때부터 이 목사는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장애아, 가정파괴로 버려진 아이, 주차장에 버려진 아이 등 죽음의 경계에 놓인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도 20여명의 아이들을 직접 돌보고 있다. 이중 3명은 전신마비 환자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비박스가 탄생했다.
“2007년 봄이었어요. 연락을 받고는 급하게 나가보니 종이박스에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종이박스가 생선을 담았던 박스였어요. 박스 주변으로 거리의 고양이들이 계속 멤돌고 있었죠. 오싹했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는 2009년 12월 관악구 교회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이 목사는 “이 베이비박스의 문이 절대로 열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그러나 만약 이 박스가 아니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이라면 보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2013년 3월, 첫 아기가 베이비박스로 들어왔다. 이 목사와 공동체 가족들은 아이를 붙잡고 통곡하며 울었다.
행사에 참석한 MPAK 회원들은 이목사의 강연에 공감했다. 캐런 림 조지아 지부장은 “지난 2010년 한국에서 아들을 입양했다”며 “입양아를 둔 부모로써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이 목사의 사역에 무척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한국계 입양아인 MPAK의 회장 스티브 모리슨(한국명 최석춘) 씨는 “입양문화는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며 “입양은 입양되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의미한다. 그래서 베이비박스 사역과 이를 위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모리슨 회장은 “언젠가 세상에서 입양이 없어지는 그날을 기다린다”며 “그때까지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권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