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무국적 이주아동 2만명, 유령이 된 아이들
4일 방송된 KBS 2TV ‘추적 60분’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무국적 이주아동들의 실태를 취재했다.
■ 9개월 아기와 엄마의 생이별
지난 10월, 공항에서 한 부부가 이제 막 9개월이 된 아기와 헤어졌다. 엄마의 품에서 떨어져 칭얼대는 아기, 이내 낯선 사람의 품에 안겨 입국장 안으로 들어가는 아기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아이들은 존재는 하지만 어디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들이거든요.” - 이영아 / 아시아의 창 센터 소장 -
전남에서 살고 있는 한 베트남 부부. 이들은 한국에서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낳았다. 이제 9개월이 된 띤띤이의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행복했지만 동시에 마음 아팠다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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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KBS |
부부가 미등록 체류자인 탓에 출생등록을 거부당한 띤띤이는 국적이 없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국적을 얻을 수도, 그렇다고 부모님의 국적을 얻을 수도 없는 아이. 의료보험이 없는 엄마는 아이가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잘 데려가지 못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었다. 결국 부부는 아이만 혼자 베트남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 유치원도 병원도 갈 수 없는 아이들
“800만 원 모았어요. 그것밖에 못 했어요. (병원비 보고) 너무 놀랐고 당황했어요. 엄청 놀랐어요.” -응웬 (가명) / 하은이 엄마-
지난 7월 출생 당시 몸무게 1.1kg, 예정일보다 4개월이나 빨리 태어난 하은이는 두 달 간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했다. 부모님이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4천만 원이 넘게 나온 치료비용. 내국인 의료보험 환자의 5배나 되는 병원비였다.
이제 5살이 된 캐롤라인은 엄마가 난민 신청 대기자라는 이유로, 이주민 센터에만 갇혀 지낸다. 유치원에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캐롤라인은 또래 친구를 사귀는 것이 소원이다.
■ 버림받은 아이들
“딸아, 용서하거라.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구나. 너의 가족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사랑한다. 이곳이 너에게 훨씬 나을 것이다. 전부 용서해다오.” - 아이를 버린 이주여성이 남긴 편지
의료와 보육, 교육의 권리마저 누릴 수 없는 국내 ‘무국적 이주아동’은 현재 약 2만 명. 결국 아이를 무국적 아동으로 키울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에는 연간 3~4명의 외국인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다. 올해 2월, 임신한 채로 이주여성지원센터를 찾아온 해피의 엄마 역시 아이를 낳은 지 이틀 만에 몰래 떠나 버렸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 소외된 이주아동, 이 아이들의 미래는?
우리나라는 1991년 UN아동권리협약에 비준했다. UN아동권리협약이란 인종, 국적, 종교를 초월해 모든 어린이가 기본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협약이다. 협약에는 아동이 교육권,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출생등록이 가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도 협약의 내용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주아동 체류 자격이 있건 없건 차별 없이 보장받아야 되는 것이 협약의 취지인데 그것을 안 지키고 있죠. 어떻게 보면 법을 어기고 있는 거죠.” -황필규 / 변호사-
스리랑카에서 온 미등록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미노리는 올해 열 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밖에 할 줄 모른다는 미노리는 태권도를 좋아하고 떡볶이를 좋아하는 영락없는 한국 초등학생이다.
“미노리는 여기가 고향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잖아요. 언제 가능할지 모르지만, 무시할 수 없는 건 미노리에게는 여기가 고향이라는 것”- 아신 (가명) / 미노리 엄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하는 아이. 그렇지만 미노리는 동시에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미등록 이주아동이다. 아동은 사회 안전망 속에 성장해야 하지만 이 아이들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KBS 2TV ‘추적 60분’은 매주 수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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