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존속(부모 이상의 항렬에 속하는 친족) 범죄의 심각성이 회자됐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비속(아들 이하의 항렬에 속하는 친족) 범죄의 심각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곱살 친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40대 엄마, 여중생 딸을 살해한 뒤 미라 상태로 유기한 목사 부부,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한 부부 등 최근 우리를 경악케 한 비속살해 사건은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족 범죄에 있어 피해자가 부모인지 자식인지에 따라 다른 형량이 부과되고 있다. 살해사건의 경우 존속살해가 비속살해보다 법적으로 무거운 형량이 부과되는 것이다.
2011년 직계존속에 대한 범죄만 가중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과 함께 헌법소원이 청구됐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존속살해 범행은 오래 전부터 보편적 사회질서나 도덕원리, 인륜에 반하는 행위로 인식돼 왔고, 그 패륜성에 비춰 일반 살인죄보다 고도의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반면 비속살해의 경우 가중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살인죄로 처벌하고 있다. 법의 판단만 그런 게 아니다. 생활고를 비관한 가장이 아내와 자녀를 죽이고 자살을 한 경우, 언론은 이를 살인이 아니라 동반자살이라는 관점에서 보도한다.
우리 사회는 충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전통 속에서 은연중에 자식을 부모의 부속물 또는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을 보여 왔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알게 모르게 폭력을 행사해왔으며 우리 사회는 이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비속범죄에 대한 관용적 태도는 아이가 어릴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비속범죄의 피해는 아동보다 유아, 유아보다 영아, 영아보다 태아에게서 더 심대하게 나타난다.
이 같은 생명 경시 풍조의 근절 없이는 비속 범죄의 근본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태아 살해인 낙태에 관용적인 사회는 영·유아 학대와 살해에 대해 관용적일 수 있고, 나아가 아동 학대와 살해에 관용적일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비속범죄를 예방하려면 아동학대에 대한 관계기관의 적극 개입과 아동보호조치, 부모에 대한 치료·교육이 필요하다. 관계 법령을 정비해 비속범죄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제와 처벌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속범죄의 뿌리에 낙태가 있음을 직시하면서 낙태로부터 시작되는 생명경시 풍조를 근절하기 위해 한국교회와 국가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이종락 목사
서울 주사랑공동체교회 담임. 2009년 버려지는 아이들을 위해 국내 첫 베이비 박스를 설치, 운용하여 아동보호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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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 범죄 없애려면 생명경시 풍조부터 근절해야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6-03-02 /
Hit. 2637
[기고] 비속 범죄 없애려면 생명경시 풍조부터 근절해야
입력 2016-03-02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