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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통로 베이비박스...1336명 신생아 생명 살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8-03-21   /   Hit. 5426

생명을 살리는 통로 베이비박스...1336명 신생아 생명 살려

최근 비밀출산법 발의...곤경에 처한 산모 돕고, 친모가 아기 키울 수 있도록 지원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베이비박스. 2009년 12월 설치된 이후 현재까지 1336명 신생아의 생명을 건졌다.
"베이비박스가 사라지는 날이 오는 게 제 소원입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의 말이다. 더 이상 영아(?兒)가 유기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베이비박스는 영아가 부모의 피치 못할 사정 또는 장애 등의 사유로 유기된 채,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든 생명보호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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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
베이비박스의 출발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목사가 중증장애를 가진 친아들을 극진히 돌본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장애로 버림 받은 아기들이 하나 둘 이 목사에게로 보내졌다. 2007년의 어느 쌀쌀한 봄날 새벽 3시경 교회 대문 앞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기가 버려진다. 아기는 비린내 나는 생선박스에 담긴 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 이 목사가 아기를 발견했을 때 아기 주변엔 길고양이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이 목사는 아기를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다면 해를 입었겠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후 유기되는 아기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외신 보도를 통해 체코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된다. 이후 2년 간의 연구ㆍ제작을 거쳐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담벼락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하게 된다. 베이비박스는 양문 형태로 밖에서 문을 열고 내부에 아기를 놓으면 건물 안에서 아기를 데려갈 수 있다. 내부에는 항상 불이 들어오고 온열장치가 있어 따뜻하게 유지된다. 문이 열리면 교회 내부에 벨이 울리고 교회관계자가 아기를 즉시 보호 조치한다.
 
베이비박스 2009년 설치 이래, 지난 9년간 1336명 신생아 생명 살려
 
베이비박스를 설치하고 아기가 처음 들어온 때는 2010년 3월이었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설치했지만 막상 아기가 안 들어오길 바랐다고 한다. 아기가 유기되는 일이 없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다만 밖에 버려져 죽을 수 밖에 없는 아기가 있다면 베이비박스를 통해 살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 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처음으로 들었던 날 가슴이 뛰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그렇게 한 아이로 시작돼 9년이 지난 지금 베이비박스를 거쳐간 아기의 수는 1336명에 이르고 있다. 길거리에 버려져 죽을 수 있었던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것이다.
 
지난 2월 5일 베이비박스가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를 찾았다. 교회는 난곡동 센터 외에 금천구 시흥동에도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흥동 센터는 장애로 인해 유기된 이들을 보호하는 곳으로 난곡동 센터가 비좁아 2015년에 장애인보호시설만 이전해 왔다고 한다. 3살부터 32살까지 18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었다.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이 목사의 친아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 목사는 뒤틀린 아들의 몸을 풀어주며 "아들은 축복의 통로다. 아들이 있었기에 베이비박스 사역도 시작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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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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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센터장 조태승 목사.
 

난곡동 센터는 비탈진 산동네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건물 벽에 설치된 베이비박스를 볼 수 있었다. 센터 안에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최근 들어온 아기들이 보호를 받고 있었다. 교회는 베이비박스뿐 아니라 베이비룸을 운영하고 있었다. 센터를 찾아온 산모가 아기와 함께 머물며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교회는 유기된 아기를 돌볼뿐 아니라 미혼모에 대한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베이비박스 센터장으로 있는 조태승 목사의 설명이다.
"미혼모가 아기를 데리고 오면 그냥 보내지 않고 상담을 받고 가도록 한다. 미혼모 대부분이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도 많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낙태를 하거나 아기를 버리지 않고 베이비박스까지 데려온 것을 칭찬하고 격려해준다. 상담을 통해 아기를 키우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 분유, 기저귀, 아기옷 등을 지원하고 소정의 생활비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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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베이비박스 센터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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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룸.
 

지난해 베이비박스를 찾은 아기 210명 중 35명이 상담을 통해 원가정으로 돌아갔다. 교회는 현재 63개 미혼모 가정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비밀출산법 발의, 곤경 처한 산모 돕고 영아 유기 차단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영아 유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입양특례법은 친부모의 출생등록 의무화 입양숙려제 가정법원의 입양허가제 양부모에 대한 자격심사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무분별한 입양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입양을 보내려면 친부모 출생등록을 의무화한 조항이 혼외 출생 신고를 꺼리는 미혼모를 낙태 또는 유기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다. 아동을 지키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아동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영아 유기 건수는 2011년 127건, 2012년 139건에서 2013년 225건으로 늘어났다. 베이비박스 보호 영아 건수는 2010년 4건, 2011년 37건에서 2012년 79건, 2013년 252건, 2014년 253건까지 증가했다. 2015년 242명, 2016년 223명, 2017년 210명으로 최근 다소 줄어든 추세다. 영아 유기 및 베이비박스 보호 건수가 2012년 이후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1월 30일에는 한 여대생이 전남 광주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유기된 신생아를 구조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그 여대생이 아기의 친모로 밝혀졌다. 미혼모로 아기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는게 두려워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다행히 아기는 친모의 가정에서 키우기로 했다고 한다.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신환 바른정당(서울 관악구을) 의원과 함께 지난 2월 8일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이하 비밀출산법)을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비밀출산제는 미혼모, 청소년기 임신, 강간에 의한 임신 등의 사정으로 곤경에 처한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법안은 정부가 비밀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기관을 설치ㆍ운영하고, 친모가 가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담기관은 친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제시하고 입양을 희망하는 경우에 입양 절차를 돕게 된다. 또 출산 이후 경제적ㆍ사회적 이유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산모를 돕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경우 베이비박스와 같은 긴급영아보호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긴급영아보호소에 자녀를 위탁한 경우 형법 상 유기죄로 보지 않는 예외를 두도록 하고 있다.
 
법을 발의한 오신환 의원은 "비밀출산제의 도입이 모성의 자유롭고 안전한 출산의 권리와 영아의 안전한 생명권을 보장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제도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베이비박스가 운영되는 나라는 독일, 체코, 폴란드, 일본, 중국 등 20개국에 이른다. 비밀출산법의 경우 미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이미 시행 중에 있고 일본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4월 14~15일에는 일본 구마모토에서 베이비박스 관련 국제 심포지움이 열릴 예정이다. 심포지움엔 한국을 포함 미국, 독일, 러시아, 중국 등 12개 나라가 참가한다. 이종락 목사는 "구마모토 심포지움에서 베이비박스 세계 협력기구ㆍ국제 구호단체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 사진=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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