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고 가며 엄마가 남긴 한 통의 편지입니다.
하늘이 엄마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참담한 심경을 한 통의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스스로 다짐하듯 “꼭 찾으러 오겠다”고 되풀이하는 하늘이 엄마의 말은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연합뉴스 제공
편지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정영란 전도사에 의해 공개됐습니다.
하늘이는 지난 2월 태어난 지 4일 만에 베이비박스에 맡겨졌습니다.
아이 옷을 다 입혀 포대기로 소중히 감싸 안고 온 하늘이 엄마는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이를 받으러 나온 정 전도사의 손을 붙잡고 한참 동안 울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하늘이 아빠는 임신 7개월 만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하늘이 엄마는 하루 아침에 미혼모가 됐습니다.
하늘이 엄마는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께 차마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어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기게 됐습니다.
그러나 5년 안에 꼭 아이를 찾으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편지 한 통을 남기고 하늘이 엄마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영란 전도사는 "이곳에 아이를 몰래 놓고 가는 사람보다는 나를 만나 직접 맡기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이들은 키울 의지가 없어 아이를 몰래 낳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의지는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눈물을 머금고 아이를 맡기러 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주사랑공동체교회는 2009년 12월 전국에서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했습니다.
베이비박스는 영유아들이 길거리에 유기돼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고자 아예 교회 벽을 허물고 박스를 설치한 것입니다.
현재 이곳 외에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에 베이비박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를 만든 이 교회 이종락 목사는 생명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 날마다 아기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부모들이 아이를 못 키운다면 국가가 대신해 아이를 키우고 공부시키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유기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