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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를 찾아… 입양인들이 돌아온다]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는 사회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6-05-10   /   Hit. 1747

[잃어버린 나를 찾아… 입양인들이 돌아온다]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는 사회

(하) 입양 필요 없는 사회 되려면 / “미혼모·원가정 보살필 사회 안전망부터 갖춰야”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는 사회를 꿈꿉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의 말이다. 베이비박스는 미혼모의 개인 사정이나 가정파괴 등의 문제로 정상적으로 양육되지 못하고 유기되는 아동을 보호하고자 민간이 마련한 고육책이다. 생명 보호와 사랑을 실천하자는 숭고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나 이런 시설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입양도 마찬가지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입양의 가치를 홍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입양을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양된 아이가 성장해 생이별의 고통과 정체성 혼란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미혼모 등 ‘원가족’을 보호하는 사회적 보호망이 더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을 맞이해 서울 종로구 뿌리의 집을 찾은 해외입양인들 모습.
뿌리의 집 제공


◆해외입양인의 아픔, 정부가 풀어야

17만명에 이르는 해외입양인이 발생하게 된 데에는 한때 입양기관의 과당경쟁 등이 주요 이유로 거론되지만, 정부 정책과 제도가 조장한 측면도 크다.

1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해외 입양은 1950년 6·25전쟁으로 고아가 양산되자 미국 선교사 등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려고 ‘고아양자 특례조치법(1955년)’과 ‘고아입양 특례법(1961년)’ 등을 제정했고, 미국에서도 이민법 등 관련 제도가 바뀌었다. 그래서 당시 해외입양아의 행선지는 주로 미국이었다. 1970년대에는 인구 증가와 함께 경제적 빈곤 등에 따른 자녀 양육 여건이 열악해지면서 해외입양이 급증했다. 국내외에서 한국의 해외입양 문제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한 시기도 그 즈음이다. 이에 정부가 ‘해외입양 쿼터제’와 입양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국내입양을 유도하면서 1970년대 중반 이후 해외입양이 일시적으로 줄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정부가 해외입양 쿼터제와 해외입양 종결 방침을 철회하면서 해외입양은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1985년 한 해에만 8837명에 달하는 등 1980년대 해외 입양아는 6만6511명이나 됐다. 당시 정부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외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해외입양 허가를 자제하고 국내입양 위주로 정책을 전환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그럼에도 해외입양의 감소세가 두드러지지 않자, 결국 2007년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국내입양 우선추진제를 시행했다. 이후 2011년부터 연간 해외입양아는 1000명 밑으로 떨어졌다.



◆입양이 필요없는 사회 위해

정부는 해외입양 감소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보건복지부의 ‘해외입양 줄이기 종합대책 연구’(2011년)에 따르면 정부는 ‘아동권익 보장을 위한 가정 중심의 보호 강화’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미혼모 발생 예방 △원가정 보호 기반 구축 △입양제도 선진화의 3가지 정책 방향을 수립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국가 예산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숭실대 노혜련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고아원이나 보육원 같은 시설에서 아동을 키우는 데 매달 100만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되는데 만 18세까지 지원된다”며 “미혼모의 가정에 3∼4년간 월 20만∼30만원만 지원해도 시설 입소 아동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설 입소 아동이 줄어들면 관련 인력과 시설을 운용할 필요가 없어져 예산은 물론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입양을 적극 권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교육과 취업 기회가 제한되면서 빈곤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이들의 자녀가 보육원이나 고아원을 거쳐 해외입양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는 아직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입양아의 90% 이상이 미혼모의 자녀”라며 “미혼모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장애인이나 노인 등 다른 분야의 지원과 형평성을 따져야 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5회 싱글맘의 날 행사에서 입양인과 관계자들이 서울 청계천 인근을 행진하고 있다. 뿌리의 집 제공


◆선진국의 입양 모습은

출산 및 양육 지원에 대한 국가적 체계가 상대적으로 튼튼한 선진국에서는 입양 문제가 크지 않다. 우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대한 국가의 지원 비중이 커 부모의 양육 부담이 작은 편이다. 미혼모들도 정부가 직업 알선 등 생계대책을 마련해 줘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다.

노르웨이나 덴마크의 경우 아동 학대나 경제적 형편 등 원가정의 상황을 꼼꼼히 따지고 지원해 가급적 아이가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는 상황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입양을 원하는 양가정에 대해서도 결정 과정이 엄격하다. 이 때문에 인구 500만여명의 노르웨이에서 지난해 입양 건수는 3건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생면부지의 아이를 받아들이기보다 재혼 과정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혼모나 이혼 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크지 않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이 충분해서 그렇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상용 교수는 “독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시키기 전 결정 기간을 길게 두면서 같이 지내게 할수록 입양을 포기한 확률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입양을 예방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과 고통을 줄이는 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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