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Best: 처절하도록 현실적인 <KBS 스페셜> (7월 14일 방송)
하혈한 채 아기를 안고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미혼모, 친정엄마 몰래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고 탯줄도 자르지 않은 채 베이비박스를 찾은 미혼모, 속싸개 한 장 없이 모텔 가운으로 덮인 채 태변 범벅이 되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2.1kg의 미숙아로 태어나 젖병도 제대로 빨지 못하는 아기.
베이비박스를 다룬 지난 14일 방송된 <KBS 스페셜 - 버려지는 아이들 베이비박스, 60일의 기록>은 처절할 만큼 현실적이었다. 베이비박스는 불가피하게 키울 수 없는 장애로 태어난 아기와 미혼모 아기를 두고 가는 곳이다. 조태승 목사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에는 15명 정도의 버려진 아이들이 살고 있다.
제작진은 이 곳 베이비박스에 오는 수많은 아기들 중 유독 갓 태어난 아기들을 주목했다. 탯줄이 채 잘리지 않은 채 버려진 아기. 혹은 탯줄이 정리되긴 했지만 아직 마르지 않은, 즉 태어난 지 한 시간 남짓 된 아기. 그나마 베이비박스라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도 모를 아기들이다. 그럼에도 미혼모들은 이 곳에 아기를 버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10대 미혼모들의 실제 현실”이라는 조태승 목사의 말처럼, <KBS 스페셜>은 베이비박스라는 공간을 통해 10대 미혼모들의 열악한 현실을 조명했다. 조태승 목사가 베이비박스를 찾은 미혼모를 다그치는 대신 “일단 낙태하지 않은 건 잘하셨어요”라고 다독인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힘든 세상에서 아기를 무사히 낳아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이날 방송에서는 어떻게든 아기를 키우려고 노력하는 미혼모, 어린 부부들이 나왔다. 돈을 벌 때까지 잠시 아기를 맡겨놓는 어린 부부, 아픈 아기를 버리러 왔다가 목사의 설득 끝에 이 곳에서 아이와 함께 사는 미혼모. 그러나 그들이 아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국가와 사회의 테두리가 아닌 개인의 의지 혹은 조태승 목사의 설득 때문이었다.
그들이 어렵사리 아기를 키우기로 결심했음에도, 이것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산모들이 베이비박스에 오지 않는 나라가 되야 한다”는 베이비박스 최초 운영자 이종락 목사의 말처럼, 사회 안전망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KBS 스페셜>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통해 이 메시지를 강력히 각인시켰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