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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상자, 베이비박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6-07-17   /   Hit. 2587

세상에서 가장 슬픈 상자, 베이비박스

[TV리뷰] 깊이 45cm의 작은 공간, 그 속에 생명이 있다

16.07.17 09:36최종업데이트16.07.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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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존엄성을 알려주는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작은 공간.

생명의 존엄성을 알려주는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작은 공간.ⓒ KBS


가로 70cm 높이 60cm 깊이 45cm의 작은 공간이었다. 생명의 존엄성을 알려주는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작은 공간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베이비박스라고 불리는 작은 상자에 이틀에 한 번꼴로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었다. 그나마 아이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 버려져 생명을 잃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없는 현실이었다.

14일 <KBS 스페셜>에서는 버려지는 아이들 베이비 박스, 60일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서울 관악구에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의 60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버려지는 아이들, 버려야 하는 엄마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은 대부분이 미혼모, 그 중에서도 10대인 경우가 많다. 아직 부모님의 손길 아래에서 보호받고 성장해 나가야할 10대의 아이들이 준비가 없는 상태로 아기를 가지게 되고 부모가 된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은 대부분이 미혼모, 그 중에서도 10대인 경우가 많다. 아직 부모님의 손길 아래에서 보호받고 성장해 나가야할 10대의 아이들이 준비가 없는 상태로 아기를 가지게 되고 부모가 된다.ⓒ KBS


태어나 세상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작품 중에 <김철수씨 이야기>라는 것이 있다. 주인공인 김철수씨는 태어나서 바로 버림받고 우연히 쓰레기를 싣는 차에 실려서 매립장으로 가게 된다. 계속 쓰레기가 쏟아져 내렸지만 그는 우연히 살아남게 되고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힘든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계속 버림받고, 마음을 닫아가는 것이 김철수씨의 인생이었고 그로 인해 그는 악이 되기로 마음먹게 된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천재로 성장한 김철수씨는 부모로부터 버려지면서 제대로 된 환경을 만나지 못하고 어둡고 암울한 방향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만화이기에 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것은 성인이 됐을 때도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다. 특히, 초기의 아이가 방임이나 고립에 놓이게 되면 정서적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아이가 늦은 시기에 입양되거나 여러 가정을 전전하는 등의 큰 일을 겪게 되면 불안정한 애착이 형성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끊임없는 인정을 갈망하거나 배척 신호에 과하게 불안해하는 등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겪게 되는 문제이고 쉽게 고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어릴 때 제대로 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베이비박스를 통해 버려지는 많은 아이는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 아기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버림받고 있었다. 방송을 촬영하는 60일 동안 32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왔고 그중에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아기들은 단지 다섯 명 뿐이었다. 아기들은 왜 버림받아야 했을까.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은 대부분이 미혼모의 아기였다. 그리고, 10대 미혼모인 경우가 많았다. 아직 부모님의 손길 아래에서 보호받고 성장해 나가야 할 10대의 아이들이 준비가 없는 상태로 아기를 가지게 되고 부모가 된다. 하지만,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아기를 제대로 키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베이비박스이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도 모자를 아이들이 어째서 버림받아야 하는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기가 생겼다고 해서 모두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너무 어렸다. 아기가 보고 싶어서 베이비박스에 찾아와 아기를 보다가 가기도 하고, 아기를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베이비박스에 함께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아기들을 데려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16살의 지혜씨는 아들인 현민이를 보기 위해 베이비박스에 종종 찾아왔다. 현민이를 직접 키우기 위해서 데려가 어머니에게 보여주겠다던 지혜씨는 그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현민이는 출생신고를 미룰 수 없어서 유기신고를 하고 육아시설에 맡겨지게 되었다.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아니다. 끝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수 없었다. 또한,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대부분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기들이었기 때문에 한 달 정도의 기한이 지나도 부모가 데려가지 않으면 유기신고를 진행하고 육아시설에 보내야 했다. 그렇게 시설에 보내지는 아기들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조태승 목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최대한 나중에라도 아기가 엄마와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남겨놓으려고 노력했다. 엄마의 편지, 아기가 들어올 때 감싸고 있던 이불 등이 엄마의 흔적을 알려주는 것들이었다.

무작정 어린 부모들을 욕할 수도 없었다. 아기를 보고 싶어 베이비박스에 들리는 엄마들에게는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사연들이 있었다. 주변의 시선과 환경은 아기들이 엄마와 함께하는 것을 방해했다. 베이비박스에 준수를 맡기고 한 달 동안 준수의 엄마는 준수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았다. 하지만 결국 그 방법을 찾지 못해서 준수는 시설로 맡겨지게 되었다. 엄마가 지어준 준수라는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살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준수를 안을 수 있는 마지막 날, 아기를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쓸쓸한 모성이 느껴졌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아기와 함께하고 싶지 않았을까.

가혹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나라에는 미혼모를 위한 제대로 된 의료지원 혜택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미혼모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시설이나 안정된 일자리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미혼모를 위한 제대로 된 의료지원 혜택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미혼모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시설이나 안정된 일자리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KBS


방송이 촬영되는 동안,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진성은 3주 동안 베이비박스에 머물렀다가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기를 보내는 자원봉사자들의 표정도 밝았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시설에 보내는 것보다 엄마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의 품으로 돌아간 진성의 사정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엄마에게 돌아간 뒤 일주일 후, 진성이를 병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많이 아팠지만 돈이 없어서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는 미혼모를 위한 제대로 된 의료지원 혜택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 미혼모를 위한 정부의 지원시설이나 안정된 일자리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자책하는 엄마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

"목사님 밑에 잘 있었는데, 괜히 내가 데려와서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건가 싶어요..."

가온이의 사정도 안타까웠다. 항문이 없는 모습으로 태어난 가온이는 배변 주머니를 달고 살고 있다. 벌써 2번이나 수술을 했고 이번에 3번째 수술을 한다. 다행히 베이비박스의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인해 수술이 가능했고 잘 된다면 앞으로 배변 주머니를 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아기를 가졌을 때, 유산시키기 위해서 온갖 못된 짓을 했다며 자신을 자책하는 가온의 엄마는 아픈 아기를 지켜보며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 미안하다. 이제 10월이면 베이비박스를 나가야 하는 가온이와 엄마는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다.

제대로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해 아기를 가지게 된 어린아이들을 나무라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아기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만 떠맡기는 현실을 나무라야 하는 걸까.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강조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책임하게도 출산을 지원하는 제도는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하고, 미혼모들이 아기를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이들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출산을 강조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먼저 제대로 된 제도부터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베이비박스에는 많은 외국인들도 방문하고 있었다. 외국의 경우에는 미혼모 문제에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 미혼모들을 위해 직접 집으로 방문하여 교육을 제공하는 홈바운드라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적어도 미혼모 문제에 대해서 엄마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버려지는 아이들과 버려야 하는 엄마들, 그들을 보면서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잠시나마 보호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라는 것이 슬프게 느껴졌다. 국민 보호가 국가의 당연한 역할이 아니었던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세상에 버려진 미혼모와 아이들을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어머니에게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하는 아기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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