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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정책, 미혼모·동거 가정 포용지원 전환해야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6-09-03   /   Hit. 2567

저출산 정책, 미혼모·동거 가정 포용지원 전환해야

신혼부부만 출산지원, 결혼 없는 가정도 지원 필요
"양육 사실 입증하면 혼외출산에 대한 차별 없어야"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6-09-03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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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배기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 이모씨(35·여)에게 월세 35만원은 큰 부담이었다. 갓난아이를 돌보면서 월세와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해 취업 교육이나 훈련은 꿈도 꾸지 못했다. 생활이 바뀐 것은 우연히 한부모 대상 주거지원제도를 알게 되면서다. 운 좋게 당첨된 이씨는 지난해 9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9만원짜리 집으로 이사를 했다. 집값 부담을 덜게 돼 본격적으로 취업준비에 나섰고 결국 애견미용사가 됐다.

# 지난 5월 경기도 시흥시 지하철역 근처 벤치에서 태어난 지 5일 된 남자 아기가 발견됐다. 아기를 버린 사람은 20대 미혼모 A씨(25·여)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키울 능력이 없어서 버렸다"며 "누군가 데리고 갔으면 해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을 골랐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가 16년 만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지난달, 정부는 서둘러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소득 구분 없이 모든 부부에게 난임 시술을 지원하는 등 아이를 낳고 싶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의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다른 한편에선 여전히 많은 아이가 해외로 입양되고, 편견과 빈곤에 못 이겨 길거리에 유기되거나 베이비박스에 버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80조원이나 쏟아붓고도 출산율은 여전히 제자리란 사실을 들며 결혼을 전제로 한 부부 중심의 저출산 대책에서 벗어나 이제는 미혼모나 동거 가족 등 결혼 없는 출산도 포용하는 방향으로 저출산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갈 곳 없는 미혼모…불안정한 주거로 빈곤 악순환 

편견은 물론이고 낙태나 입양 권유를 뿌리치고 양육을 결심해도 미혼모들이 홀로서기란 쉽지 않다. 특히 직장을 잡기도 전에 임신과 출산을 겪은 어린 미혼모들은 아이와 둘이서 지낼 월세방을 구하는 것조차 힘겹다. 도움받을 가족이나 지인도 없으면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대부분 월세를 살거나 친구 집을 전전한다. 미혼모들끼리 돈을 모아 공동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부모와 사는 경우는 드물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미혼모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다. 당장 비싼 월세를 마련하느라 제대로 된 취업 훈련이나 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하니 빈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실제 미혼모 양육 및 자립 실태 조사 결과(2010년)에 따르면 미혼모 46%가 부채를 안고 있고, 월평균 총소득은 78만5000원에 불과하다. 아이 아버지로부터 양육비 지원을 받는 경우는 4.7%에 그쳤다.

저소득 한부모에게 시세보다 30~40% 저렴하게 집을 빌려주는 LH매입임대주택 제도(최장 20년까지 거주)가 있긴 하지만 입주는 하늘의 별따기다. 여성가족부도 지난 2014년부터 월 10만~20만원 내외로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 이씨가 당첨된 것이 바로 이 사업이다. 최장 3년밖에 머무르지 못하지만 전세자금을 모으는 등 자립할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다. 그러나 현재 공급된 집은 민관협력까지 합해도 170여 가구에 그친다.

정부로부터 받는 경제적인 지원은 아동양육비 월 10만원(25세 이상, 자녀 만 12세까지)~15만원(24세 이하)이 전부다. 그 외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의료비와 기저귀, 분윳값으로 연 70만원이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혜택도 중위소득 52%(2인 기준 142만원) 이하일 때만 받을 수 있어 미혼모들의 자립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이 있다. 

◇"저출산이라지만 매년 버려지는 아이만 수백명"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미혼모처럼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동거 부부에게도 법적 부부처럼 똑같이 지원하는 프랑스가 대표적인 예다. 혼외출산에 대한 차별을 폐지한 프랑스는 출산율이 1993년 1.65명에서 2012년 2.01로 올랐다. 

박영미 한국미혼모네트워크 대표는 "2010년 한해 동안 이뤄진 낙태 16만건 중 7~8만명이 미혼모로 추정된다"며 "편견이나 차별이 없고, 충분한 지원이 있다면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다고 말하는 미혼모도 많은데 지금 상황에서는 낳고 싶어도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부모의 결혼 형태나 유무와 관계없이 빈곤 아동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위원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애를 쓰는 데도 여전히 많은 아이가 빈곤으로 인해 버려지고 해외로 입양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아이를 낳는 것뿐 아니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에서 미혼모처럼 경제적 어려움에 있는 임산부들을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양아동 1047명 중 374명이 해외로 입양됐다. 입양아동 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여전히 매년 수백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도 매년 250~300명 정도다. 영아 유기 사건도 매년 52~225건(경찰청, 2009~2013년) 정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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