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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형같은 바구니…“아가야 엄마를 용서치 마라”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6-11-07   /   Hit. 2871

천형같은 바구니…“아가야 엄마를 용서치 마라”

비극적 운명인가 천륜의 포기인가…법 밖의 모정 받아 ‘법보다 생명’ 실천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1-07 13:05:38

미혼모 등이 아이를 놓아두게 하는 베이비박스(Baby Box)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09년 12월이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처음 생겼으며, 지난 2014년 5월에는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에 추가로 설치됐다. 베이이박스를 통해 접수된 아이들은 아동복지법 제15조 1항(보호조치)에 따라 우선적으로 경찰에 신고되게 돼 있다. 이후 파출소를 비롯해 관할구청 관계자가 차례로 다녀간다. 병원에서 건강검사를 받고 난 후에는 아동복지센터, 보육원 등을 거치게 되며 보육원에서 출생신고가 이뤄진다. 당국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라는 불법행위를 조장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들은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아이가 유기돼 아동복지사업 예산이 더욱 빠듯해졌다며 난색을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일선 베이비박스 운영 주체 측 입장은 이와 평행선을 달린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입양법으로 인해 입양이 아닌 유기가 늘었으며, 베이비박스가 법 테두리 바깥에 있어 비록 합법은 아닐지라도 불법 또한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재 베이비박스는 미국·독일·일본 등 전 세계 19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베이비박스 현장을 취재하면서 접한 안타까운 사연들과 이를 둘러싼 각계의 입장 등을 현장 진단해봤다.


 ▲ 지난 2009년 12월 국내 최초로 서울 관악구에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베이비박스(사진)가 생겼다. 베이비 박스 옆에는 이곳에 놓이는 영아의 출생일을 적을 수 있는 메모지와 펜이 있다. ⓒ스카이데일리

#1. A씨는 임신한 후 산부인과에서 청천병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자궁경부암 3기에 걸린 것이다. 출산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고심 끝에 A씨는 아이 아빠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결혼을 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만남 과정에서 아이가 생겼고 평소 폭력을 휘둘렀던 아이 아빠를 떠난 A씨 입장에서는 아이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 아빠와 연락이 닿는데 실패하게 된다.

 

홀로 아이를 출산한 A씨는 자신의 몸을 챙기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어려운 형편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며 동시에 아이까지 보살필 수는 없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서울 관악구 난곡의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설치한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겼다.
 
아이를 맡기던 날 그녀는 교회에 상주하는 상담사와 면담을 가졌다. 훗날 아이에게 전달될 편지를 작성한 뒤 홀로 교회를 떠났다. ‘나중에 네가 커서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게 됐다’는 구절과 함께 시작된 편지에는 그녀가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설명하며 아이에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 대인기피증을 동반한 가벼운 지적장애가 있는 B씨는 결혼 후 줄곧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계속된 폭력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가출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고 결국 거리를 전전하는 노숙생활을 해야만 했다.
 
온전치 못한 그녀에게 거리란 위험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서 치이고 이용만 당할 뿐이었다. 그러다 한 남성의 눈에 띄게 된 그녀는 그의 집에 끌려가 강간을 당하게 된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하며 식모처럼 부렸다. 강간 역시 계속됐다.
 
어느 날 B씨가 임신하게 됐음을 알게 된 그는 그녀를 내쫓았다. 홀몸이 아닌 상태로 다시 노숙생활을 하게 된 B씨는 온정의 손길로 어렵사리 출산하게 됐다. 하지만 캄캄한 현실 앞에서 B씨가 택할 수 있는 선택권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눕혔다. 당시 상담사에 따르면 B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상담 내내 “우리 아기 어떡하느냐”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고 이를 지켜보던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남들보다 다소 모자랐지만 모정은 뜨거웠다. 그러나 그녀가 아이를 키우기엔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가로·세로·높이 66㎝x34㎝x60㎝…박스에 담긴 사연도 아이도 해마다 증가
 
 ▲ 현재 주사랑공동체교회에는 7명의 영아들이 있다. 이곳에 온 아기들은 아동복지법 제15조 1항(보호조치)에 따라 우선 경찰에 신고 된다. 사진은 주사랑교회에서 임시 보호 중인 영아들 ⓒ스카이데일리

 

 

주사랑공동체교회가 베이비박스를 처음 설치한 것은 지난 2009년 12월이다. 누군가 상자를 열고 아이를 두면 벨이 울려 내부에서도 알게끔 해주는 방식이다. 벨이 울리면 상시 대기 중인 봉사자들이 아이를 꺼내고 보호한다.
 
이곳 교회에만 팀장목사 1명과 주·야근무상담사 2명, 아이를 돌보는 직원 3명이 일하고 있다. 근무자 2명씩 총 4팀이 구성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오후 1시에서 오후 6시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오후 10시부터 밤샘 근무를 하며 24시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놓인 아이만을 돌보는데 그치지 않는다. 동시에 놓고 간 부모들과도 접촉한다. 사무실 내에서 폐쇄회로화면을 통해 지켜보다 접근하는 이가 있으면 유심히 살펴본 뒤 아이를 놓고 떠났을 때 재빨리 뒤쫓아 잡는다.
 
아이의 신상을 면밀히 확보하고 부모들의 사연을 귀담고 마지막으로 재차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베이비룸이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고 이곳에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부치는 편지를 쓰게 한다.
 
또 상담사는 부모가 영아의 이름과 출생연월일을 적도록 돕는다. 이름이 없고 당장 정하지 못한다면 상담사가 함께 작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상담을 하는 동안 출생신고를 위한 설득도 이어진다. 출생신고를 해야 시설이 아닌 입양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혜빈 상담사는 “아이가 성장하는데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보육원보다 입양을 통해서라도 부모의 집중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정이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베이비박스를 통해 교회가 돌보는 아이는 총 7명이다. 그 중에는 안면기형을 동반한 심한 발달지연 및 정신지체 현상이 있는 유전병인 ‘울프허쉬호튼증후군’을 앓고 있는 영아도 있다.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지만 출생과 동시에 기구한 삶을 살게 된 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박 상담사는 “모든 생명은 소중한 존재다”고 강조했다.

 

 

 ▲ 경기 군포시에 위치한 새가나안교회는 지난 2014년 5월 베이비박스(사진)를 설치했다. 처음 설치 후 약 2년 6개월 여가 흐른 현재까지 이곳에는 90여명이 넘는 영아들이 놓여진 것으로 집계됐다. ⓒ스카이데일리

경기도 군포시 새가아나안교회에는 최근 한 아이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새로 들어왔다. 지난 2014년 5월 설치 후 벌써 91번째 영아다. 이곳의 운영체계도 앞선 주사랑공동체교회와 유사하다. 열악하지만 교회 재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100일잔치를 열어주는 등 보살핌에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새가나안교회 김은자 권사는 “메모를 통해 베이비박스를 이용한 다양한 사연을 접하게 된다”며 “아이 아빠를 알지 못한다거나 돈이 없어서 아이를 보낸다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권사는 “나중에 찾으러 오겠다고 메모를 남기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 입양을 보내지도 못 한다”며 “다시 아이를 찾으러 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기에게 더 족쇄를 채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권사는 기자에게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이들의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걸음마는 물론 혼자 힘으로 몸을 뒤집을만한 힘도 없는 아이들이지만 모두 불안한 표정들이다. 본능적으로 엄마와의 분리불안을 느꼈을 아이들이다.
 
아이들 중에는 출산 후 태반을 채 닦아내지 못한 채 베이비박스에 눕혀진 경우도 있었다. 옷도 없이 맨몸으로 오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종종 베이비박스를 통해 새가안나교회에 오게 된다.
 
김 권사는 “아이들이 새로 들어오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돼 있다”면서 “허벅지 안쪽 사타구니에서 피를 채취하게 되는데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있다가 아이가 터트린 울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짓게 된다”고 전했다. 그녀는 또 “멋도 모르는 핏덩이 같은 아이들의 울음에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의 성과 출산 “사회가 돌볼 때”…지자체와 갈등까지 빚어 ‘이중고’
 

 ▲ 주사랑공동체교회에는 베이비룸(사진)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영아를 놓고 가는 미혼모들이 마지막으로 아이와 함께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상담사와 대화를 나누고 아이에게 남기는 편지를 작성할 수도 있다.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가 다녀온 두 교회 모두 10대 청소년들의 출산으로 맡겨지는 아이가 많다고 소개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박혜빈 상담사는 베이비박스를 찾는 부모의 유형으로 △미성년자 △출산 했으나 남성의 도망 등으로 결혼 할 수 없는 이들 △외도로 인한 가정파탄 △강간으로 인한 출산 등을 꼽았다. 이들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50~60% 비율을 보인 청소년들이다.
 
박 상담사는 “한 청소년은 출산에 대한 상식이나 병원에 갈 여력도 안 돼 화장실이나 친구 집에서 아이를 낳은 뒤 수소문 끝에 우리 측에 연락해 산후처리에 대해 묻곤 한다”며 “이 경우 우리는 일단 택시비 걱정 말고 택시를 타고 교회로 오라고 한 뒤 필요한 처치를 한다”고 말했다.
 
새가나안교회 박형기 전도사도 “많은 수의 부모들이 10대 청소년인 경우가 많다”며 “부모와 접하지 못한 경우에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메모에 담긴 내용과 글씨체를 보면 청소년으로 추측된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상담사는 이에 대해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 대개 가정에서 자신의 부모에게 돌봄을 못 받는 경우가 상당수다”며 “제 몸조차 돌봐주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출산한 새 생명이 누구에게 보호받을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출산 과정의 잘잘못을 논하기 전에 소중한 생명이 탄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새 생명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축복을 받으며 살 권리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의로 시작한 베이비박스 사업에 대해 당국의 입장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불법 영아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베이비박스는 설치 단계부터 당국의 압박을 받기도 한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조태승 목사는 “(도입 단계부터)관악구와 서울시, 보건복지부 등에서 설치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전했다. 새가안나교회 측도 “설치 후 군포시와 경기도 측으로부터 폐쇄하라는 말이 나오기도 해 시·도 유관 관계자들을 다 만나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일선에서는 당국의 ‘영아유기 조장’ 지적이 터무니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지난 2012년 8월 마련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입양이 아닌 유기를 택하게 조장했다는 것이다.
 
 ▲ 자료 : 서울시 [도표=한지은] ⓒ스카이데일리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박스를 통해 접수된 아이들 수는 △2011년 24명 △2012년 67명 △2013년 224명 △2014년 220명 △2015년 206명 등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 7월말 기준 108명의 영아들이 베이비박스에 맡겨졌다.
 
추이를 보면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가면서 약 3배가량,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면서 3.5배가량 늘어났음을 볼 수 있다. 입양특례법 실시를 전후로 빚어진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특례법으로 인해 입양허가절차 중 아기의 출생신고가 필수사항으로 분류됐는데, 결국 이 점이 미혼모들이 베이비박스를 찾게 된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합법적인 봉사로 인정받지 못한 베이비박스 운영 교회들의 운영 부담은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현재 베이비박스는 합법도 불법도 아니다. 설치와 관련된 어떤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규정이 전무한 상태며 동시에 불법도 아니기 때문에 당국이 반대한다는 입장 외 강제적으로 폐쇄 및 철거조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자연히 당국의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새가나안교회 관할 시청인 군포시청 관계자는 “합법하지 않으니 권고사항으로 설치하지 말아 줄 것을 권유했던 것은 사실이다”며 “시 입장에서도 맡겨진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 등이 부족해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수용능력부족으로 전라남도 고흥과 부산에 맡겨진 아이들을 보내야 했을 정도다”면서 “베이비박스가 없었더라면 부모가 아이를 포기할 지 여부에 대해 마지막으로 고민이라도 한 번 더 해봤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 베이비박스에 오는 영아들 중에는 미숙아나 장애아도 속해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측은 베이비박스를 찾는 미혼모 중 절반 이상이 나이 어린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미숙아·조숙아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주사랑공동체교회 박혜빈 상담사는 “청소년들이 학교·모텔·화장실 등에서 출산한 후 영아를 비닐봉지에 싸서 버리거나 심지어 불법매매가 이뤄진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적 있다”면서 “다리를 건설해 사람들이 투신하기 시작했다고 투덜대기 전에 일단 물에 사람이 빠져 있으면 그를 건져내 왜 뛰었는지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영아유기의 원인여부를 두고 논란이 돼 온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가 개정된 개정안이 오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불필요한 개인정보가 과다 노출되지 않도록 비밀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을 뿐 논란의 출생신고 부분은 유지된 상태다.
 
하지만 주사랑공동체교회 조태승 목사는 “지금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도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많은 아이들이 낙태를 선택한다”며 “이 문제를 상담하고자 해도 상담할 수 없고 제도가 있다고 해도 쉽게 알 수 없어 정보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목사는 “베이비 박스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집약돼 표출되는 것”이라며 “미혼모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익명의 보장성을 말하기 이전에 미혼모들의 임신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의료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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