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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미혼부모 편견 두려움에...출생신고도 못하고 눈물의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8-08-06   /   Hit. 4839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미혼부모 편견 두려움에...출생신고도 못하고 눈물의 유기

① 버려진 아이들 <상>
출산율 하락·피임인구 증가 영향
보호아동 10년새 절반 줄었지만
6년전 입양아 출생신고 의무화후
출산직후 버려지는 영아 되레 늘어
장애·혼혈·외도 등 이유도 한몫

  • 서종갑 기자
  • 2018-08-06 17:24:34
  • 사회일반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미혼부모 편견 두려움에...출생신고도 못하고 눈물의 유기
서울 관악구 난곡로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기 아동을 돌보고 있다. /송은석기자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5일 오후11시30분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언뜻 봐도 20대로 추정되는 앳된 얼굴의 한 남성이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놓은 뒤 빠른 걸음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같은 시간 교회 사무실에 ‘엘리제를 위하여’ 알림음이 울렸다. 대기하던 서시온 상담원이 재빨리 폐쇄회로(CC)TV 모니터를 살폈다. 아기를 버리는 보호자 10명 가운데 9명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CCTV를 봐야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알 수 있어서다. 모니터 속 남성은 언덕 꼭대기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서 상담원은 지체하지 않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남성을 쫓았다. 10여분 뒤 땀에 흠뻑 젖은 채 사무실에 들어선 그는 “아기 엄마와 달리 아기 아빠가 도망치면 너무 빨라 잡기 어렵다”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미혼부모 편견 두려움에...출생신고도 못하고 눈물의 유기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미혼부모 편견 두려움에...출생신고도 못하고 눈물의 유기
 

아이를 놓고 가는 부모를 필사적으로 붙잡으려는 이유를 묻자 서 상담원은 “이 짧은 순간에 아이 인생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신원을 알면 아이가 자란 뒤 친부모를 찾아주거나 출생신고를 통해 입양이라는 차선책이라도 권유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를 놓치면 아이는 곧장 보육원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인지 서 상담원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보다 아이 아빠를 놓쳐 보육원에 가야 하는 아기에 대한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짧은 인터뷰를 마친 그는 곧장 아기에게로 가 쪽지를 살폈다. 쪽지에는 ‘7월24일 화요일 오전10시36분 출생. 최○○. 아이는 아무런 죄가 없으니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지난 2009년 12월 베이비박스를 국내 최초로 마련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이를 직접 기르지 못하거나 미혼모나 미혼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베이비박스를 주로 찾는다.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미혼부모 편견 두려움에...출생신고도 못하고 눈물의 유기
서울 관악구 난곡로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기 아동을 돌보고 있다./송은석기자

저출산 현상으로 아이를 금지옥엽처럼 여기는 사회에서 아직도 버려지는 아이가 있는가 싶지만 지난해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11명가량의 아동이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유기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보호대상 아동은 모두 4,121명이다. 보호대상 아동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할 능력이 없는 아동을 일컫는다. 출산율 하락과 피임 인구 증가로 10년 전인 2008년 9,284명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베이비박스의 경우처럼 유기되는 아동은 해마다 200~30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동은 134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4% 늘었다. 

영아 유기 원인으로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제도적 문제점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주로 꼽힌다.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2012년을 기점으로 버려지는 아동의 수가 급증했다. 개정법에서는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이 가능하다. 출생신고가 부담스러운 미혼모는 입양 대신 유기를 선택한다. 실제 베이비박스가 문을 연 이듬해인 2010년 4명에 불과했던 보호 아기 수가 2011년 37명, 2012년 79명, 2013년 252명으로 부쩍 늘었다. 바뀐 법이 도리어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조태승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기존에는 아이를 낳을 사회·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미성년 미혼모들이 많이 찾아왔다면 요즘은 아이를 낳은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는 3040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아기를 유기하는 이들은 대부분 1020 미혼 부모다. 혼외관계로 아이를 낳거나 장애아·혼혈아라는 이유로 유기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취재를 위해 교회에 머문 사흘 동안 모두 4명의 아기가 버려졌다. 유기 사유는 동남아계 혼혈, 다운증후군, 외도에 따른 출산 등으로 아기를 기르거나 출생기록부에 올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아빠가 도망간 탓에 사유조차 알 수 없었다. 서 상담원은 “이곳을 찾는 1020 미혼 부모는 가정과 사회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중·고교생이나 20대 여성들이 아기를 낳은 뒤 보호하고 양육할 수 없어 이곳에 오는 악순환이 반복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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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edaily.com/NewsView/1S39889J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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