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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논란 ‘베이비박스’에 합법화 볕 드나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7-12-24   /   Hit. 4251

불법 논란 ‘베이비박스’에 합법화 볕 드나

입력 : 2017-12-24 18:34/수정 : 2017-12-24 21:54

 

불법 논란 ‘베이비박스’에 합법화 볕 드나 기사의 사진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에 담긴 아기를 살피고 있다. 이 목사는 2009년 12월 주사랑공동체교회에 국내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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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비밀출산제’ 법안 연내 발의 추진

생모가 신분 노출 없이
출생신고 할 수 있도록
자녀 16세까지 비밀유지
유럽 선진국선 이미 시행
이름 없는 신생아 구제하고
미혼모들 주홍글씨 벗게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는 이름이 없는 아기가 있다. 미숙아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옮겨온 아기다. 지난 17일 사고 이후 다들 서둘러 아기를 옮겼지만, 무명(無名)의 이 아기는 보호자가 없어 이튿날 가장 늦게 옮겨왔다.

이 아기는 한 달 전 쌀쌀했던 어느 날 강서구 지온보육원 앞에서 발견됐다. 대개는 병원 검진 후 보육시설에서 출생신고를 하지만 정상 체중에 훨씬 못 미치는 미숙아여서 입원이 길어졌고, 그 기간 사고가 발생해 아직도 태어났음을 국가에 신고하지 못했다. 이름을 얻지 못해 아직 병원 등록번호 몇 자뿐이다.

지온보육원 관계자는 24일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할 처지가 못 됐던 부모가 놓고 간 게 아닐까 싶다”며 “초기 치료가 중요한 미숙아여서 더욱더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아기처럼 이름 없이 태어나는 아기들을 구제하기 위해 비밀출산제 입법이 추진된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와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비밀출산 및 임산부 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 비밀출산제는 실명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처지의 부모에게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제도다.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선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이 시행되면 익명의 산모에게서 아기를 위탁받아 불법 논란에 시달려 왔던 베이비박스도 합법화될 길이 열린다.

지금 국내에선 신분 노출 없이 합법적으로 출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2012년 입양특례법을 도입하면서 친부모가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입양 완료 전까지는 가족관계증명서에 자녀 관계가 공개된다. 아이의 알권리를 고려한 제도지만 출산 사실 자체가 ‘주홍글씨’가 될 수 있는 미혼모들에겐 너무나 무거운 의무였다. 이들에겐 2010년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처음 시작된 베이비박스가 아기를 살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비밀출산 특별법안은 산모가 정해진 기관을 통해 비밀 출산을 신청하면 정부가 비밀을 지켜준다는 내용이다. 생모의 신원이 적힌 출생증서는 자녀가 16세가 될 때까지 밀봉된다. 16세 이후 자녀가 보여 달라고 해도 생모가 동의해야만 공개된다. 자녀의 알권리와 친부모의 사생활을 함께 고려한 제도다.

긴급 아기 보호소 개념도 도입된다. 생후 30일 이내의 영아에 한해 익명으로 위탁할 수 있는 곳을 정부가 허가하는 제도다. 현재 베이비박스의 역할을 명문화해 합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이들의 운명도 바뀐다. 베이비박스는 이제껏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탓에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민간 후원금에 전적으로 기대 왔다. 또 출생신고 문제 때문에 아기들을 입양기관 대신 보육원으로 보내야 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조태승 목사는 “보육원으로 가면 입양 기회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자녀들은 가정에서 자랄 권리를 사실상 박탈당해 왔다”고 지적했다.

네 살 딸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김모(28)씨는 “혼자서 아이 낳은 사실을 알리니 부모님이 연락을 끊더라. 출생신고를 두려워하는 임산부들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이런 현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72479&code=111311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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