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입양하려는 이들은 주로 태어난 지 12개월이 넘지 않은 신생아를 선호한다. 12개월을 전후로 아이의 자아(自我)가 자리 잡고, 이때를 넘기면 “양부모는 자신의 친부모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좀 더 강해진다고 한다.
서울시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16일 “아이들에게는 12개월 전후에 사랑을 주고받는 상대가 중요한데, 양부모로선 이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돌이 되지 않은 신생아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서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팀장은 “양부모로선 친자식처럼 키울 수 있는 갓난아기를 원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길거리나 베이비박스에 남겨져 보육원에 들어간 기아(棄兒)들은 이 적기를 놓치기 쉽다. 입양되기 위한 조건인 출생신고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성과 본을 받아 출생신고가 되기까지만 해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 그만큼 입양 적기를 흘려보내야 하는 셈이다.
부청하 상록보육원장은 “아이들이 보육원에 들어오면 보육원장이 구청에 성(姓)과 본(本)을 신청하는데, 가정법원에서 허가 판결을 내주는 데만 3∼4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늦어질 때는 입양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는 데만 반년을 써야 한다.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마친 뒤 민간 입양기관에 맡긴 비기아보다 기아는 입양되기가 불리한 상황이다. 법원이 입양을 허가하는 데 필요한 기간까지 더해지면 기아가 12개월 안에 입양되긴 더 어려워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생신고부터 법원이 기아에게 입양 허가를 내주기까지는 서류 검토부터 아이를 키우기 적합한 가정인지 판단하는 현장조사, 부모와 아이가 만나는 마지막 과정까지 10개월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글=오주환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기를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가 팔을 뻗어 안고 있다. 베이비박스의 아기들은 대부분 입양되지 못하고 보육시설로 가게 된다.국민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