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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학보] 희망의 빛이 드리우는 곳, 베이비박스가 품은 생명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1-10-11   /   Hit. 1962

  서울 관악구 신림동 우림시장 근처에 위치한 교회 ‘주사랑공동체’의 담벼락에는 생명의 끈이 이어지는 공간이 있다. 바로, 유기 위험에 처한 아기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09년 12월에 설치된 ‘베이비박스’다. 겉모습은 마치 사다리꼴을 거꾸로 돌린 모양처럼 생긴 이 상자는 대략 △가로=70㎝ △세로=60㎝ △높이=45㎝ 정도의 크기다.

  주사랑공동체는 이 상자를 통해 부모가 양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기들의 생명을 돌보고 있다. 더불어, 지난달 29일에는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지 12년 만에 서울시로부터 종교 재단법인 자격을 얻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기와 미혼모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장소가 됐다.

△베이비박스 오른쪽 상단에는 아기의 상세정보를 적는 기록지가 마련돼 있다
△베이비박스 오른쪽 상단에는 아기의 상세정보를 적는 기록지가 마련돼 있다

버려진 아기들이 아닌 지켜진 아기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영아 유기 건수는 △2019년=135건 △2020년=107건 △2021년(1~8월)=80건으로 매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보호자의 양육 포기로 낯선 환경에 내던져지는 아기는 꾸준히 생겨나는 중이다. 이에 그 현실을 마주하고, 그들에게 안부를 묻고자 주사랑공동체의 베이비박스를 찾아 떠났다.

  이른 아침부터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월곡동에서 약 1시간 30분가량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주사랑공동체로 향했다. 건우봉으로 향하는 언덕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는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도 한참이나 가파른 언덕길을 헤쳐나가야만 만날 수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주사랑공동체 건물 입구에서 양승원 사무국장이 두 기자를 반겼다. 먼저, 세 사람은 1층 입구의 왼쪽에 있는 아이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방에 들어서자, 그곳에서 1명의 직원과 3명의 자원봉사자가 2살도 채 안 된 4명의 아기를 분주하게 돌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한쪽 부엌에선 아기에게 먹일 이유식을 준비하고, 신생아들의 침실로 구성된 다른 한쪽에선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거나 아기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기자에게 방을 안내하던 양 사무국장은 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총 8명 정도의 인원이 함께 아기 긴급보호 활동을 도왔어요. 직원은 2명 정도, 자원봉사자는 5, 6명 정도였죠.”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인원을 줄이게 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도움을 주러 오시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라며 안심하는 낯빛을 내보였다.

  이후 양 사무국장은 아이방 내부의 안쪽으로 들어가며, 또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이곳에는 물티슈부터 의약품, 아기 옷과 모자가 드넓게 진열돼 있었다. 이 물품들은 주사랑공동체에서 미혼모 가정에 보내는 베이비케어키트의 구성품이었다. 베이비케어키트는 아기를 키우기로 한 미혼모에게 매월 1회, 최대 3년 동안 지급하는 양육키트로,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누적지원 수는 7,854건이다. 현재는 125개의 가정을 대상으로 아기의 나이에 맞춰 각종 아기용품과 생활용품을 보내며 많은 지원을 보태고 있다.

  한편, 아이방과 안쪽 방 사이를 잇는 연결통로에서 두 기자는 벽면에 손잡이가 부착된 작은 상자를 발견했다. 그 손잡이를 열어 보니, 이 공간이 조금 전 건물 밖에서 보았던 베이비박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상자 내부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자, 안에 CCTV와 아기를 위한 온열 매트가 마련돼 있었다. “한여름, 한겨울에 이곳까지 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마음이 아픕니까.” 베이비박스의 구조를 설명하는 양 사무국장의 말에 방금 전 올랐던 높은 언덕이 떠올랐다. 그 길고 높은 길을 올랐을 보호자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아기를 살리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이 눈앞에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는 주사랑공동체에서 약 1일에서 7일간 보호한다. 이 기간이 끝나면 일반 아기는 위탁 기관으로, 장애아기는 장애 시설로 옮겨진다. 위탁 기관에 맡겨진 아기는 출생 신고가 된 상태일 경우, 타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입양이 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베이비박스를 거쳐 위탁 기관으로 가게 된 아기의 수는 960명이지만, 이 중 새 가정으로 입양된 수는 겨우 136명에 그쳤다. 이렇듯 긴급보호 과정에서 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입양 갈 가정이 끝내 등장하지 않은 아기는 이후 보육원으로 가게 되는 현실이다.

△신생아실에서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아기들을 보살피는 모습이다
△신생아실에서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아기들을 보살피는 모습이다
△미혼모에게 지급될 베이비케어키트 물품을 보관하는 곳이다
△미혼모에게 지급될 베이비케어키트 물품을 보관하는 곳이다.

도움의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주사랑공동체의 시설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내받은 다음에는, 베이비박스의 설립자이자 총괄자인 이종락 목사를 만나기 위해 2층 응접실로 이동했다. 응접실 벽에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지닌 13명의 아기들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 사진의 주인공은 가정공동체 ‘주바라기 홈’의 아기들로, 이 목사에게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과도 같다. “아기들에게 베이비박스는 생명의 위협에서 구출시키는 역할과 다름없어요. 119 안전신고센터가 아주 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것처럼요.” 말을 전하는 이 목사 뒤로 베이비박스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드롭박스> 포스터와 책 『아가야, 어서 와 많이 힘들었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직접 출연하고, 저술한 작품들이었다. 이 목사가 베이비박스에 쏟아부은 많은 애정과 노력의 흔적이 이곳저곳에서 보인 순간이었다.

  물론, 베이비박스 운영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교회의 헌금으로만 이뤄져야 했다. 이뿐만아니라,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편견과 갖은 비난도 감수해야 했으며 보건복지부로부터는 베이비박스를 철거하라는 공문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아기를 유기하도록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주사랑공동체는 꿋꿋하게 책임감을 갖고 아기와 미혼모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힘쓰고 있다.

  “어찌 보면 자기 자식을 놓아버린 사람들인데, 미혼모들을 누가 위로하겠어요. 이들은 괴로움과 양심의 가책 때문에 결국에는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 목사는 그동안 만났던 다수의 미혼모를 생각하며 안타까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미혼모와의 상담에서 그들에게 전하는 말은 다름 아닌 칭찬이었다. “아기를 비극적인 상황으로 내몰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잘했다고, 네가 아이를 지켰고 살렸다고 말해주죠.” 실제로 주사랑공동체는 베이비박스로 향하는 길 오른편에 사람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했다. 누군가 아기를 베이비박스 안에 두는 순간에 그를 붙잡아 상담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다. 또, 베이비박스의 반대편에 ‘베이비룸’을 설치해 보호자가 아기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상담직원과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상담을 받은 미혼모는 10명 중 2명꼴로 아기를 다시 데려가기도 한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생명을 위해
  응접실에서 나오는데, 조금 전 베이비박스에 새로운 아기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나의 삶이 다시 안전하게 지켜졌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으나, 머나먼 일인 줄만 알았던 상황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실제임을 체감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기를 살리고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렇게 지켜진 아기들이 다시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들 수밖에 없었다. “생명을 위한다는 한 가지 마음가짐만 있을 뿐이에요”라고 외치던 양 사무국장의 말처럼 한국 사회가 지금,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생명’ 그 하나다. 이런 바람이 잠시나마 하늘에 닿은 듯 비는 서서히 멈췄다. 비가 온 뒤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맑아지는 하늘처럼, 사회에도 아기와 미혼모 모두에게 먹구름 없는 삶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이처럼 꽉 찬 희망을 가득 품자, 돌아가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글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사진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출처 : 동덕여대학보

원문 : https://ddpress.dongdu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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