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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S] "아가야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 미안해"...아빠 되기 힘든 미혼부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1-12-03   /   Hit. 1824
입력
 수정2021.12.03. 오전 11:39

서지은 기자


딸 버리고 떠난 엄마, 아빠는 딸을 잃을까 두렵다… 사랑이법 시행에도 사각지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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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혼부 가정이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소망이(가명)와 

소망이 아빠의 신발. / 사진= 굿네이버스 제공

 

#미혼부 A씨는 생후 23개월인 딸 소망이(가명)를 홀로 키우고 있다. 엄마는 소망이가 8개월이 됐을 때 아이를 버리고 떠났다. 소망이를 홀로 맡게 된 아빠 A씨는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소망이가 엄마의 호적에만 올라 법적으로는 아빠가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미혼부 가정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미혼부는 2020년 기준 6673명이다. 연도별 미혼부 수는 ▲2016년 9127명 ▲2017년 8424명 ▲2018년 7768명 ▲2019년 7082명으로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집계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거나 A씨처럼 법적 보호자가 아닌 경우 등은 파악하기 힘들다.

A씨는 “법적 보호자가 아닌 이상 소망이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도 만들 수 없다”며 “각종 정부 지원도 아빠가 남이라서 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혹시나 소망이를 지킬 수 없는 상태가 올까봐 두렵다”고 호소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혼부들은 그 어떤 지원과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  

 

"아이를 지키는 장소"… ‘베이비박스’를 찾는 미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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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운 현실에 내몰린 미혼부들이 아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베이비박스를 찾는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미혼부 B씨가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에 남긴 손편지(왼쪽)와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의 모습. / 사진 =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제공, 서지은 기자
 
미혼부가 아이를 기르는 일은 험난하다. 아이의 출생신고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친자 증명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법적 보호, 정부 지원을 받기 힘든 미혼부들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기기도 한다.

머니S가 아이를 키우기 힘든 미혼부의 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를 직접 방문했다. 베이비박스 측은 이곳이 출생신고가 어렵가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부모들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비박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 남자가 친딸을 맡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정성스런 손편지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알렸다.

편지를 쓴 미혼부 B씨는 “아이 엄마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며 “갑작스러운 아이 엄마의 사고로 혼자 아이를 돌보게 됐다”고 사연을 전했다. 그는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우기에는 힘든 현실”이라며 “수많은 고심 끝에 이곳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목없지만 잘 웃는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며 딸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담았다.

미혼부 지원 단체 ‘아빠의품’ 김지환 대표(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운영팀장 겸임)는 “출생신고 등을 하기 어려운 미혼부들이 어쩔 수 없이 베이비박스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1년에 7~10명가량 미혼부들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중 10% 이상의 미혼부들이 물적 지원 등을 약속 받은 후 아이를 다시 키울 용기를 얻고 ??돌아간다”며 “출생신고 관련 소송 준비도 최선을 다해 돕는다”고 소개했다. 

 

"출생신고까지 험난한 과정"… 아이를 지킬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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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 사진 = 이미지투데이
 

미혼부들이 아이를 지키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출생신고 때문이다.

광주에 거주 중인 미혼부 C씨는 지난 2018년 당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혼외자일 경우 친모만 출생신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통과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사랑이법)으로 인해 현재는 남성도 출생신고가 가능해졌다. 
C씨는 “지난 2018년 동거했던 여자친구가 임신 사실을 숨긴 채 떠났다”며 “아이 엄마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시설에 맡겼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데려왔지만 친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당시에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개정되기 전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혼외자일 경우 아빠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아빠는 아이 엄마의 이름과 거주지,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알지 못한 상태에서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다. 아이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아도 아빠가 엄마의 이름 등 신상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흔했다. 
지난 2월 사랑이법(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통과돼 남성도 출생신고가 가능해졌지만 친부의 출생신고는 여전히 험난하다. ‘친모가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모두 아빠 쪽에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부에게 법적 권한이 없으면 아이가 꼭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할 때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소망이 아빠 A씨는 “아이가 갑작스럽게 아파 수술을 받아야 할 때 내게는 동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지원책 마련에도 생겨나는 사각지대”…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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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출생신고 완료 전 건강보험 적용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 사진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캡쳐

 

여성가족부는 출생신고 완료 전 건강보험 적용 및 보육료 양육수당 지원 등으로 미혼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해당 정책으로 인해 출생신고 전에도 미혼부자녀가 건강보험 자격 취득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아이도 병원 이용이 가능하며 양육비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미혼부는 출생신고 전 아이의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 친생자 출생신고확인 신청서(소장사본)와 유전자 검사 결과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김지환 대표는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생명윤리법에 다라 유전자검사는 친권이 있는 부.모 모두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생신고 관련 소송을 접수한 후 평균 4주 뒤에 나오는 유전자검사 보정명령이 있거나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돼야만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각지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혼부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출생신고 관련 소송에서 접수까지 장기간 소요된다"며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미혼부들은 소송 준비부터 친자 관계 입증까지 모두 스스로 해야 하는게 현실"이라며 "아동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서라도 공적 개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미혼부들의 출생신고를 돕고 사각지재를 좁혀햐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은 기자(jeseo97@mt.co.kr)
 
원문 : 머니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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