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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르포] “유기하러 오는 곳? 그런 데 아냐”[어린이날 & 베이비박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2-05-04   /   Hit. 120

해마다 100여명이 찾는 베이비박스

“10대보다 성인 부모가 더 많이 찾아”

사연 보니…“저소득층·한부모가족 되기 두려워”

“영아 유기 비난보다 ‘아기 키울 환경’ 만들어야”

베이비박스 사건, 대부분 집유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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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11시께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

건물 벽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건너편에는 작은 사무실과 아기방이 있다.

베이비박스에 담겨 이곳으로 오게 된 한 아기가 자원봉사자 품에 안겨 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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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방 앞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아기의 태어난 날, 보호일, 진로 등이 적혀 있다. 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생년월일 2022년 4월 26일, 보호일 4월 28일, 시설, 1977.” 이름, 생년월일, 베이비박스에 온 날, 아기 진로가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었다. ‘1977’은 베이비박스에 온 1977번째 아기라는 뜻이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베이비박스에 오게 된 1977번째 아기는 시설에 가기로 결정됐다. 베이비박스 직원은 “진로 결정이 빨리 이뤄진 경우”라며 “입양까지 보통 2개월 정도 걸리며, 길어질 경우 1년 6개월까지 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전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의 베이비박스. 건물 벽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건너편에는 작은 사무실과 아기방이 있다. 태어난 지 10일도 채 안 된 아기들은 이곳에 머물렀다가 입양자를 만나거나, 위탁가정이나 시설로 옮겨진다. 10평 남짓한 아기방에는 침대, 유모차 등이 놓여있었다. 현재 아기방에서 지내는 아기는 4명. 갑자기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가 달래자 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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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9명이 24시간 ‘베이비박스’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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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방과 사무실은 직원 9명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책상 2개가 놓여있는 사무실에서는 베이비박스를 관찰하고 위기상담 전화를 받는다. 사무실 오른쪽에는 베이비박스 주변을 볼 수 있는 폐쇄 회로(CC) TV 모니터가 있다. 누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면 벨이 올려 직원이 확인할 수 있다. 직원은 달려가 부모의 사연 확인한다. 2% 정도의 극소수 사례를 제외하곤 사연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3일에 한번 꼴로 오는 베이비박스 아기들. 1년에 걸려 오는 전화만 1000건이 넘는 위기상담. 직원 9명만으로는 베이비박스 관리가 힘에 부친다. 베이비박스 관계자는 “주간에는 3명, 야간에는 2명의 직원씩 교대 근무를 한다. 나머지는 전국에서 오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는다”며 “연예인이 와서 조용히 봉사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보통 4시간 정도 근무한다.


이날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이아린(20) 씨는 고등학생 때 베이비박스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씨는 “베이비박스가 외진 곳에 있어 오르막길도 오래 걸어야 하는데 그때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한다”며 “내가 본 다큐멘터리에서도 ‘베이비박스 아기는 버려진 아기가 아니라 지켜진 아기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자원봉사자는 아이가 울면 달래거나, 트림을 시키는 등 주로 아이 돌봄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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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방에서 잠든 아기들. 이곳에 보내진 아기들은 한동안 이곳에 머물다 입양을 가거나, 시설로 보내진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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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보다 20대 부모가 더 많아…“사연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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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를 찾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청소년 부모가 많을 거란 예상과 달리 20대 부모 비율이 절반 가량이다. 지난해 베이비박스 부모 연령대는 ▷10대 4.4% ▷20대 61.1% ▷30대가 24.8% ▷기타 9.7%였다. 사연은 경제적 사유, 성폭행 등으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 등 다양하다. 베이비박스에 온 부모들은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자신의 상황 때문에 우울증이 심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베이비박스 직원은 성인 부모가 베이비박스를 찾는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김지환 주사랑공동체 책임팀장은 “첫 번째는 체면 중시 문화다. 우리나라는 가족과 관련된 행정절차가 많고, 엄마·아빠 두 부모 가족중심주의가 강하다. 거기서 벗어난다 생각하면 아이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가난이다. 김 팀장은 “가난한 사람이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면 죄인이 되는 세상이다. 가난한 부모가 아이 키우기 힘든 건 복지제도가 부족해서 그런 건데, 그걸 부모 책임이라 여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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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유기 조장’ 비판도…“같이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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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베이비박스는 ‘뜨거운 감자’다. 영 아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법원에서는 베이비박스 사건이 대부분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인천지법은 동거 관계 사이에서 낳은 딸을 베이비박스에 놓고 간 커플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2020년 서울중앙지법도 가정환경 때문에 자신의 딸을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사회복무요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베이비박스 운영 단체는 “베이비박스는 유기 시설이 아니다. 아이를 보호하려는 부모들이 오는 곳이다”고 주장한다. 아기를 진짜 버린다면 굳이 이 곳을 오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냐는 것이다. 베이비박스는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20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언덕을 5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


운영 단체도 베이비박스가 최종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공감한다. 베이비박스에 오는 아기를 줄이고자 위기 전화 상담을 만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운영 단체는 ‘불법 시설’ 비판 때문에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하고 각종 후원 기금을 활용하고 있다.


베이비박스의 최종 목표는 ‘없어지는 것’이다. 더 이상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면 자연스레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박스에 오는 아기가 0명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부모가 가난하던, 아빠·엄마 혼자 아이를 기르던 존중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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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의 베이비박스. 김빛나 기자

 

출처 : 헤럴드경제

원문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1986795?sid=102

기자 : 김빛나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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