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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버려진 아이 아닌 지켜낸 아이로… “함께 행복해지자”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2-06-17   /   Hit. 188

[영화 ‘브로커’ 속 생명의 위기를 보다] <하> 대한민국은 입양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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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돌봄봉사 동아리 ‘아가뽀뽀’ 소속의 한 학생이 지난 13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를 방문해

입양 진행 중 일시보호를 받고 있는 아기를 돌보고 있다. 서은정 인턴기자


어느 비오는 날 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은 베이비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와 함께 베이비박스 앞에 섰다. 박스 안에는 이전에 소영(이지은)이 유기한 갓난아기가 있었다. 상현과 동수의 또 다른 직업은 버려진 아기를 돈을 받고 양부모에게 연결해주는 ‘입양 브로커’였다. 그들은 베이비박스 안에 유기된 아기를 들고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아기를 잘 어르며 말한다. “함께 행복해지자.”


낙태와 더불어 영화 ‘브로커’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입양’과 ‘유기’다. 입양과 유기를 둘러싸고 부모와 아동,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복잡미묘한 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면서 영화는 결코 녹록지 않은 우리나라의 입양과 유기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만든다.


16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입양아동(국내외 통합)은 41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2464명과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입양아동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은 무엇보다 입양 보내는 것이 부모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입양특례법’의 영향이 크다. 이 법은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2년 개정됐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친부모가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양육 포기에 동의한 뒤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아이를 입양 보낼 수 있는데, 실명 기재 등에 따른 차별과 불이익의 우려가 커서 입양 절차를 포기하는 것이다.


책임질 수 없는 부모들이 이 같은 이유로 입양 보내는 것마저 포기하면 유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입양가족연대 오창화 대표는 “실제로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2012년부터 유기 아동의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입양특례법이 요청하는 ‘출생 등록’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는데, 이는 나중에 아이가 생모의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좋은 의도였다”면서 “그러나 많은 엄마가 청소년 임신, 혼외 임신, 근친상간 등으로 출생신고를 제대로 못 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차마 호적에 아이를 올릴 수 없어 유기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입양이 이뤄진 후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브로커’에서 상현과 동수가 입양을 목적으로 아기를 데려가면서 “함께 행복해지자”고 했지만, 실제로는 입양 후에도 쉽사리 행복해지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적잖다. 무엇보다 입양한 부모를 제대로 검증하거나 입양 아동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정인이법’이 통과됐는데 이 법은 검증을 통한 아동학대의 사전 예방보다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양 이후의 관리도 허울뿐”이라며 “입양기관이 1년에 네 번 가정과 접촉해야 하는데 이 중 가정 방문은 두 번에 불과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학대 사실을 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의 맹점 개선 및 경제적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입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유기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보호출산제’ 도입이다. HnL 법률사무소의 박성민 변호사는 “출생신고 부담 없이 아이가 태어난 날짜, 장소 등만 쓰고 산모 이름은 가명 등으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체코, 독일 등에서는 산모가 원하면 구체적인 신상정보 노출 없이 비밀 출산을 할 수 있고, 법원 판결에 의해서만 정보를 열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들이 유기되지 않도록 하는 양육비 보장도 요구된다. 현재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는 양육비를 지급할 책임이 있는 사람(양육비 채무자)이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월급이 압류되는 등 양육비 채무자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징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또 고위험군인 만 19세 이하의 산모는 의료비를 더 많이 지원받고, 임신·출산 중엔 휴학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도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입양기관 관계자는 “입양하는 부모들에 대한 사전 검증 및 입양 후 가정 방문도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식 기자(kschoi@kmib.co.kr)

서은정 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문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533722?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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