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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법원은 베이비박스를 어떻게 볼까…판결에 담긴 고뇌를 살펴봤다
유기인가, 최후의 보호인가
2025년 1월~7월 형사 판결문 7건 분석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 내부 공간 모습. /연합뉴스
갓 태어난 아기를 안은 부모가 베이비박스 앞에 섰다. 차마 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한 채, 작은 문을 열고 아이를 그 안에 뉘인다.
문이 닫히자 안에서는 벨이 울리고, 잠시 후 시설 관계자가 나와 아이를 안아 든다. 이 짧은 순간은 범죄일까,
아니면 위태로운 생명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2025년 상반기, 법원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온 부모들에게 잇따라 판결을 내렸다.
7건의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법원의 시선은 복잡하고도 명확했다. 법은 이 행위를 아동 유기라는 범죄로 규정했지만,
동시에 아이의 생명을 지키려는 마지막 선택이었음을 인정하며 고뇌의 흔적을 보였다.
"유기가 아니다"라는 항변, 법원은 단호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는 행위는 명백한 아동 유기죄에 해당한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보호 시설에 맡긴 것이지 버린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지방법원은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를 퇴원 직후 베이비박스에 두고 온 부모의 재판에서 피고인의 주장을 명확히 배척했다.
재판부는 "사전에 충분한 상담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유기하였고, 그 이후에 이를 인지한 직원과 상담을 하게 된 것일 뿐이다"라고 지적하며,
이는 보호가 아닌 유기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2024노1102 판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역시 교회 관계자와의 면담 절차 없이 아이만 두고 떠난 아버지에게 유기죄를 인정했다(2025고단23. 판결).
법적으로 베이비박스는 부모가 아이를 포기하는 순간, 보호·감독 의무를 저버리는 유기 현장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법의 엄격한 잣대, 그러나 형량은 집행유예
모든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놀랍게도 7건의 사건에서 부모들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은 이들을 범죄자로 규정하면서도, 왜 교도소로 보내지 않은 것일까? 그 해답은 판결문 속 양형 이유에 담겨 있었다.
법원은 베이비박스가 가진 현실적인 순기능을 외면하지 않았다.
즉, 최악의 상황을 막는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한 판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전지방법원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둔 부모의 형량을 2심에서 오히려 깎아주며 이렇게 밝혔다.
> "피고인이 피해 아동을 도움의 손길이 닿는 베이비박스에 유기하여 단시간 내에 구조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죄에 대한 양형기준상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인 유기·학대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즉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의 정도가 극히 경미하거나 병원·파출소·보호시설 등에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재판부는 베이비박스를 병원이나 파출소와 같은 보호시설과 동일선상에 놓고, 이를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로 삼았다(2024노2479 판결).
다른 재판부들 역시 "피해 아동을 도움의 손길이 닿는 베이비박스에 유기하여 단시간 내에 구조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베이비박스 밖에 남겨진 아이의 비극
법원이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지는 베이비박스를 찾았다가 아이를 다른 곳에 유기한 사건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한 어머니는 베이비박스 시설에서 상담까지 받았지만, 결국 인근 주택가 가로등 아래 박스에 아이를 담아 유기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재판부는 무겁게 판시했다(2025고단80 판결).
> "그 결과 현재까지 피해 아동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결과적으로 법원의 판결들은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현행법상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는 것은 유기라는 범죄가 맞다.
그러나 더 위험한 장소에 버려져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비극과 비교할 때,
베이비박스는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법의 엄정한 잣대와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법원은 깊은 고뇌 끝에 집행유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참고]
제주지방법원 2024고단1622 판결서 (2025. 5. 13. 선고)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5고단80 판결서 (2025. 4. 22. 선고)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4고단1151 판결서 (2025. 1. 22. 선고)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5고단230 판결서 (2025. 6. 25. 선고)
대전지방법원 제2-1형사부 2024노1102 판결서 (2025. 6. 17. 선고)
광주지방법원 제3형사부 2024노1018 판결서 (2025. 4. 10. 선고)
손수형 기자 sh.son@lawtalknews.co.kr
출처: 법원은 베이비박스를 어떻게 볼까…판결에 담긴 고뇌를 살펴봤다 - 로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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