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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영화 ‘브로커’, “태어나줘서 고마워, 고마워, 내게 와줘서”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2-06-08   /   Hit. 179

[기고]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설립자 이종락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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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를 소재로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가 8일 개봉했다.


그 때문인지 요 며칠 사이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영화에서 베이비박스를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리진 않았나’라는 우려와 염려의 목소리였다.


"괜찮으세요?" 하는 인사를 듣기는 했지만, 기존에도 드라마 소재(KBS2 “신사와 아가씨”)로도 나왔었고, 직설적으로 베이비박스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대중들이 영화는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영화의 영화 자료 수집을 위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아내분을 베이비박스에서 만났었다. 그때 그분들의 따뜻함을 느꼈기에 영화에 대해 전혀 우려하지 않았다.


고맙게도 지난 6월 2일(목)에 시사회에 초청을 받아 직원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왔다.

감독님과 송강호, 아이유(이지은), 강동원, 이주영 배우님들이 관람객들과 인사를 나눈 뒤 조명은 꺼지고 영화는 바로 시작이 되었다.


사실, 베이비박스가 나온다는 정도만 알았지 대략적인 스토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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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를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주사랑공동체 제공.


시작 후 몇 초가 흘렀을까?

여름 장대비가 내리는 깜깜한 새벽, 베이비박스에 가기 위해 아기를 안고 가파른 언덕 계단 길을 오르는 소영이가 위태로워 보였다. 출산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엄마가 몹시도 아플 텐데… .혹여 아기를 안고 쓰러지면 안 되는데….


자연스레 더 몰입이 되었고, 속으로는 "전화가 있잖아 전화를 해!", "목사님, 계단 오르는 게 힘들어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면 될텐데" 라고 외치고 있었다.


베이비박스 앞까지 온 소영은 아기와 눈을 마주한 뒤 천천히 베이비박스 바로 앞 밑바닥에 아기를 둔 채 떠난다.


그때도 난 "어쩌나... 베이비박스에 넣어야지" 하며 탄식하다가도, 형사가 대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넣어주는 장면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영화는 아기를 다시 찾으러 온 소영과 아기를 불법적으로 입양하려는 브로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게는 이런 상황은 영화가 아니다.

영화보다 더한, 말도 안 되는 엄마들의 상황이 현실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베이비박스가 아닌 인근에 아기를 두고 떠나 저체온증으로 하늘로 보냈던 일이 불과 2년 전, 장대비가 내리던 새벽이었다. 12년 동안 처음 있었던 일이다.


아이의 죽음은 아직까지 우리 책임처럼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종종 비가 내리는 날이면 베이비박스 인근 주차장, 골목, 분리수거함 등등 곳곳을 살펴본다.


사실, 영화와 같은 이 상황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은 대부분 현실에서 처절히 무너진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미혼모의 표정이나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바로 소영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기를 바라보는 표정없는 얼굴, 흔들리는 마음을 꾹꾹 누른 체 아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 죄책감으로 시선을 피하는 행동. 정이 들까봐 아기에게 말을 걸지 않던 소영. 슬프게도 우리는 한 주에 몇 번이고 현실의 소영이를 마주한다.


영화와 같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은 대부분 현실에서 처절히 무너지지만,

그렇기에 우리라도 그 끝은 해피엔딩이 되도록 해보고자 했다.

지금도 어두운 곳에서 어찌하지 못해 아기를 끌어안고 울고 있을 미혼모를 찾아 위로하고 그들의 편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소영이가 떠올라 다시 한번 베이비박스 팀장에게 바로 지시했다.

"소영이와 같은 처지에 놓인 미혼모가 있다면, 변호사 선임과 법률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14년 전만 해도 베이비박스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베이비박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고민해 본 적도 없다.


2007년 4월 꽃샘추위가 있던 새벽, 대문 앞 생선박스 안에 저체온증으로 다운증후군 영아가 발견되었다. 다행히 아이는 살았고 당시도 마음을 쓸어내렸다.


이후, 자칫하면 아기의 생명이 위태로 울 수 있다는 두려움에, 다른 나라에 베이비박스라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9년 12월, 한국 최초로 서울 관악구 난곡로 교회 담벼락을 뚫어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2010년 3월 첫 아기가 보호되고 매년 20여 명의 아기가 보호되었다.


하지만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며, 소영이와 같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출생신고가 어려운 아기가 매년 갑자기 200명 넘게 보호되기 시작했다.


잘못 만들어진 법에 대한 핑계를 베이비박스에 돌리기 시작했다. 아기 유기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당시 보건복지부, 서울시로부터 폐쇄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필사적으로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지켰다.


TV토론에서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고 말하면, “생명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를 하지 않나요?”, "세상에 유기를 위해 출산하는 엄마는 없습니다. 아기를 출산했더니 세상이 지옥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을 보호할 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많은 국민들이 나의 말에 공감해 주었다. 그나마 지금은 베이비박스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며 그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의 찬성과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국가기관에서도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잠시 맡아 보호해달라며 공문을 우리에게 보내고 있을 만큼, 정식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베이비박스 시스템도 계속 보완되고 있다.

베이비박스 근처에만 가도 벨 소리가 울려 상담사가 뛰쳐나가 바로 아이를 보호하도록 했고,

어려움에 처한 엄마를 만나 거의 모든 엄마들의 사연을 듣는다.


상담을 통해 키울 수 있는 상황이면, 경제적 지원과 법률적 지원을 가감 없이 모두 지원한다.

아이만 보호하는 것을 넘어, 부모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국형 베이비박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영화의 끝이 다가올 때쯤, 소영은 아기와 가족이 되어준 모두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전한다. 본인 역시 아역배우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말을 듣는다.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 소중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


예전 장애인 아기들을 돌보면서 "고마워, 내게 와줘서"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아이를 맡기고 간 엄마들이, 그들의 아이에게 해줬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우리 베이비박스 사업이 담고 있는 핵심 가치이다.


태아의 생명도 소중하고, 어떠한 사연이 있든 아기를 품고 있는 엄마 모두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에겐 마땅히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현실은 영화와 같지 않다. 하지만, 우리라도 그 끝은 해피엔딩이 되도록 보듬어 보고자 한다.


우리에게 영화 "브로커"의 메시지는 이 것으로 귀결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지금도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고 있는 모든 소영이들에게,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음으로만 일관하는 위기에 놓은 아기들에게

베이비박스는 장대비를 피해 그들을 잠시 보호해 줄 안식처가 되고자 한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모든 소영이와 모든 우성이에게 이 소리가 들렸으면 한다.

 

유영대 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문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531720?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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