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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빛과 소금] 베이비박스와 베들레헴 마구간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2-06-18   /   Hit.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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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위상을 또 한번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일반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로커’가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에큐메니컬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을 받았다. 1973년부터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하며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장편 영화에 수여되는 상이다. 이 상이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에큐메니컬’이 온 세계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이쿠메네(oikoumene)’에서 유래한 말로, 전 세계 교회가 교파와 교단을 넘어 기독교의 일치와 연합을 추구하는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브로커’는 부산의 한 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엄마 소영(아이유), 유기된 아기를 데려와 돈을 받고 불법 입양시키려는 브로커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가 함께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대안가족을 형성해가는 이야기다.


2009년 국내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담임목사는 지난달 30일 국민미션어워드 시상식에서 “일본 감독이 ‘브로커’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 교회를 찾아왔었다”며 “미혼모의 아기들이 갈 곳이 없고 복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한국교회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며칠 후 영화 시사회에 다녀온 이 목사는 “주님 안에서 (영화를) 해석한다면 남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며 “여자 주인공은 생명존중 생명사랑을 보여줬다. 한 생명의 생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예수님도 인류를 구원하고자 이 세상에 오실 때 베들레헴의 허름한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요즘으로 치면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기와 같았다. 하지만 나사렛 마을에서 자랄 때 요셉과 마리아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았고,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도 컸을 것이다.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기들도 출생 경위야 어떻든 모두 소중한 생명이며 보호받아야 할 귀한 존재다.


하지만 법 테두리에서는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2년 8월 5일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은 입양숙려제, 입양허가제, 입양정보공개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양친의 자격을 강화했다. 그 결과 입양 감소, 불법 입양 및 유기 아동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면 입양특례법을 미혼모와 아기의 입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 또 헌법재판소가 2019년 여성의 자기결정권 제한을 이유로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국회가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하지 않아 생명을 끊는 낙태가 사실상 방임되고 있다.


낙태의 유혹을 뿌리치고 아기를 낳은 미혼모들을 탓하기 전에 그들이 왜 사랑하는 아기를 버릴 수밖에 없는지 먼저 긍휼한 마음으로 살펴보자. 그리고 나사렛 마을처럼 우리 모두가 부모라는 생각으로 공동체의 일원이 된 새 생명에게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자. 특히 한국교회와 크리스천들이 미혼모 지원과 낙태 반대 등 생명존중 캠페인에 앞장서야 한다. 미혼모 지원 사역을 하는 사단법인 ‘라이프세이버’ 이사장인 이요셉 목사는 “대한민국 안에 고통받는 여성들, 여전히 자녀를 지울지 말지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누군가 책임져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 지금까지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형사가 “책임지지 못할 거면 낳지를 말지”라고 하자, 아기를 버린 소영이 “낳기 전에 죽이는 게 낳고 나서 버리는 것보다 죄가 가벼워?”라고 항변하는 장면은 공감을 일으킨다. 결국 소영이 마지막에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고백하는 대목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하나님은 베이비박스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시고 우리에게 사랑의 불을 놓으시는 게 아닐까. 그 사랑으로 보듬을 때 베이비박스의 아기는 ‘버려진’ 생명이 아닌 ‘지켜진’ 생명이 될 것이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jjkim@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문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533952?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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