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비친 주사랑공동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맘스커리어] 위기 미혼모의 마지막 선택지 베이비박스에 무슨 일이?
베이비박스, 적극적 개입 통해 영아 유기 예방해
정부의 출생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 이후 보호 아동 수 급감
▲베이비박스가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 외부 전경[사진=김보미 기자]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버스를 타고 우림시장·난곡보건분소 정류장에 내려 가파른 비탈길을 15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 베이비박스를 만날 수 있다.
베이비박스는 2009년 12월 이종락 목사에 의해 설치됐다. 이 목사는 "어느 새벽 생선 박스에 담겨 집 앞에 유기된 장애영아를 만나게 되면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일생의 사명으로 여기게 됐다"고 밝혔다.
혹자는 베이비박스를 상황이 여의치 않은 미혼모가 아기를 버리고 가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어떤 이들은 베이비박스의 존재가 영아 유기를 오히려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베이비박스는 아기를 안고 찾아오는 미혼부모들에게 아기를 포기하지 말고 기를 것을 권하고 있으며 가정양육이 가능하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보호자가 양육을 포기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양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즉, 영아 유기를 방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영아 유기를 예방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담벼락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모습[사진=김보미 기자]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106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를 찾아왔다. 이중 103명(97.2%)의 보호자가 상담에 응했으며 32명(30%)의 아기가 엄마와 함께 원가정으로 돌아갔다. 출생신고 후 입양을 기다리게 된 아기는 9명(8.7%),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시설로 보내진 아기는 65명(61.3%)이었다.
베이비박스에서는 아기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미혼부모와 임산부를 위해 24시간 상담전화(1670-5297)도 운영한다. 홈페이지나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상담이 가능하다. 전문가는 상담을 통해 국가의 지원 제도에 대해 알려주고 입양 의사가 있는 경우 지자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준다. 2022년에는 총 1649건의 위기상담이 진행됐다.
미혼모를 지원하는 것도 베이비박스가 하는 일 중 하나다. △산전 진료·출산 지원 △거주공간 제공 △영아 수탁 보호 △생활·의료·교육비 지원 △법률 지원 △미혼모 모임 지원 △취업 지원 △자녀의 백일상·돌잔치 지원 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사할 때 필요한 보증금을 빌려주기도 한다.
아울러 분유·기저귀·물티슈·아기 옷 등 양육에 필요한 물품이 가득 담긴 베이비케어 키트를 월 2회 보내준다. 아기의 연령에 따라 6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지원하는데 현재는 80여 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베이비박스를 거쳐간 시설 아동들에 대한 사후 관리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10월부터는 보호 종료 아동이 자립 정착금에 더해 쓸 수 있도록 매칭 적금을 들어주고 있으며 보육원과 협력해 생일·명절·어린이날에 특별한 행사를 열어주거나 힐링 프로그램으로 제주도 여행을 보내주기도 한다. 현재 130명의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난해 7월부터 베이비박스에 오는 아기의 수가 50% 이상 줄었다. 황민숙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장은 "지난해 6월 수원 영아 냉동고 유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에서 출생 미등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출생신고를 못하는 엄마들이 베이비박스에 오는 것을 겁내고 있다"며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1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123명 중 생존이 확인된 아동은 1025명이며 249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경찰 수사로 사망 아동은 27명 더 늘어 276명으로 증가했다.
황민숙 센터장은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기의 수를 고려하면 사망 아동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추적을 피하고 싶은 미혼모가 출산을 포기하거나 불법 입양, 유기 등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정부의 전수조사가 위기 미혼모들을 더욱 음지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마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미혼모에게 필요한 건 수사와 처벌이 아닌 보호와 지원이다.
한편 올해 7월부터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와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싶지 않은 임산부가 익명으로 출산을 하고 아이는 지자체가 맡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된다.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영아유기나 사망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맘스커리어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출처 : 맘스커리어
원본 : https://m.momscareer.co.kr/news/view/1065577166296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