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를 두고 사회적 찬반 논란이 갈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그림자 아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사회에서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것이 ‘영아유기’로 봐야 할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의 한 비탈길에 소재의 주사랑공동체 앞에는 베이비박스로 알려진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부모가 키우기 힘든 신생아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곳으로, 한국에서는 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담임목사가 만들어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베이비박스를 처음 도입한 이종락 목사는 “아이들이 길거리나 위험한 장소에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설치된 베이비박스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보호 아기 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했고, 623명의 아기를 보호했다. 이 중 장애 아기 수는 56명으로 9%가량을 차지했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된 아기 중에서 580명의 아기는 시설이나 입양으로 보내졌고, 약 6.9%인 43명은 친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후 2015년부터 2024년 5월까지 보호된 아기 수는 총 1566명이다. 장애 아기 수는 79명으로 2010년부터 2014년과 비교해보면 비율상 절반가량인 5%대로 크게 줄었다.
시설로 보내진 아기와 입양된 아기는 각각 1105명과 166명으로 나타났고, 친부모에게 돌아간 아기는 295명이다.
2014년 44.9%에 불과하던 상담률은 2015년 68.9%로 올랐으며, 2016년 89.2%로 90%에 육박했다. 이후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90%대를 유지하다가 2024년에는 100%를 달성했다.
이 같은 상담률 증가는 ‘베이비룸’의 도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룸과 관련해 “베이비박스가 외부에 노출돼 타인의 시선을 부담을 느끼고 문을 열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게 됐다”며 “지난 2014년 문을 연 베이비룸에는 침대와 소파, 화장실 등이 갖추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야외에 노출된 베이비박스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상담 없이 빠르게 자리를 뜨는 사람이 많았지만, 외부로부터 차단된 베이비룸이 생기면서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2018년 가정상황 분포에서 59%였던 미혼 가정이 2024년 92.3%까지 올랐지만, 기혼 가정은 17.5%에서 3.85%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외도 역시 17.5%에서 3.85%로 대폭 감소했다.
특히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출산한 비율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는 6~12%였나 2024년에는 19.2%까지 올랐다.
이에 주사랑공동체는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를 보호하는 일 외에도 출산과 의료 등도 지원하고 있으며, 아기와 부모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어려움이 있는 가정에 주거와 생활비 등에 대한 지원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행위를 여전히 유기행위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 등으로 현재 베이비박스는 국가 차원의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관련한 사실도 인지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