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림자 영아’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한 이른바 ‘쌍둥이 제도’(출산통보제·보호출산제)가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 아기는 보호출산제 시행 후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엄마가 갓 태어난 아기와 최소 7일간 시설에서 지내는 ‘숙려기간’ 등 보호출산제에서 위기 임신부를 위한 제도적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등록 영유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출생 정보를 바로 지자체에 통보하는 것이다. 보호출산제는 일부 위기 임신부들이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하고 유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건복지부는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시행 후 한 달간 368개 의료기관에서 1만6650건, 하루 평균 약 600건의 출생 정보를 심사평가원으로 통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정부는 위기 임신부들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전국 16개 위기임신부 지역상담기관을 설치했고, 위기임신부 전용 상담 전화 ‘1308’도 개통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존재하는 사각지대의 위기 임신부를 배려한 부분이 보호출산제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20일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대대적인 출생 미등록 전수조사 여파로 2022년에 비해(106명) 지난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는 79명으로 25.5%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수조사 여파는 계속돼 올해 상반기까지도 베이비박스 아이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지난달 19일 보호출산제 시행 후 다시 증가세라는 것이다.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2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기간을 좁혀 보호출산제가 시행된 한 달 기간(7월 19일~8월 18일)을 기준으로 지난 3년간 비교하면 2022년 10명, 지난해 3명, 올해 10명이다. 지난해 숫자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원인으로 주사랑공동체는 아기 엄마가 애초 보호출산제를 원했지만, 일주일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숙려기간(시설 입소 후 아기 직접 돌봄) 때문에 하지 못하고 베이비박스를 통해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입양을 선택했다고 본다.
주사랑공동체 대표 이종락 목사는 “아기 엄마가 가족이나 친구 등 아무에게도 출산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직장인일 경우 시설에서 아기를 돌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운 문제”라며 “숙려기간 동안 마음을 바꿔 아기 양육을 결정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동안 지원받은 비용(1일 20만원)을 전액 환급해야 하는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아기 양육과 입양 등 인생의 중차대한 일을 선택하는 기간이 현재 7일보다 길어야 하며 최대 6개월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아기를 낳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엄마가 시설에서 갓난아기를 돌보며 중요한 일을 선택하기란 더욱 어렵다”며 “베이비박스의 경우 아기를 일시적으로 돌보며 엄마에게 아기 사진을 보내주고 소식을 공유한다. 엄마들이 이성을 찾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적어도 6개월 정도 추이를 지켜보며 선택하는 방법도 좋다”고 조언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장기적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하며 미혼모가 양산되지 않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과 이를 지원하는 법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혜성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공동대표는 “미혼모의 양육 지원을 놓고 보면 장기적 지원 부분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다”며 “미혼모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또 남성의 책임을 강화한 법을 제정하는 등 미혼모가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