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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저널][세상 읽기] 이종락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 이사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4-09-03   /   Hit. 257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국가의 부재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기들의 생명을 살려온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이사

[CEO저널=서지우 대학생 기자] 이 땅에 죽어야 마땅한 생명이란 없다. 이종락 목사님의 베이비 박스는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생명들을 사랑으로 거두기 위한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비 박스로 찾아오는 아기들은 버려진 아기들이 아니다. 유기된 아기들도 아니다. 마지막까지 아기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 친 엄마들의 애절한 사랑이다. 

주사랑공동체는 단순히 베이비박스의 아기들만 돌보지 않는다. 엄마들이 다시 원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돕고 지원한다. 아기와 엄마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경제적 지원과 물리적 공간, 정신적 안정까지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은 정부의 지원 하나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종락 목사는 출산과 입양,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에 대한 대한민국의 법적, 행정적 복지 제도에 대한 그동안의 고민들이 깊게 내비쳤다. 당신보다 큰 사랑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삶의 무게를 그 어떠한 단어로 표현이나 할 수 있을까?

Q. 목사님께서는 최근에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A. 장애 아동들을 돌보고 미혼모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며 항상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것처럼 항상 위기에 처해 있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위기에 처해 전화가 오면 필요한 것들을 보내주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방문하기도 하면서 바삐 지내고 있습니다.

Q. 목사님께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전신마비로 33년 동안 살다 세상을 떠난 저의 둘째 아들이 계기가 되어줬습니다. 아들은 생의 절반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병원 생활을 하면서 한 할머니가 저에게 찾아와 ‘아저씨 아들과 똑같은 전신마비의 손녀가 옆 동에 있다. 아저씨가 나의 외손녀를 돌봐주면 내가 눈을 편히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저씨가 믿는 예수님을 나도 믿겠다.’라고 말씀하시며 간절하게 당신의 손녀를 키워줄 것을 부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아이를 키우게 됐습니다. 그 아이가 3개월 만에 많이 호전이 되어 휠체어를 탈 수 있는 상태로 병원에 정기 검진을 가게 되자 의사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시며 병원에 방치된 4명의 아이들 또한 돌보아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이를 또 다시 수락하게 되어 6명의 장애 아동을 돌보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시작 되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대문과 담벼락, 주차장, 공중전화 박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 근방에 자꾸 아이들을 갖다 놓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졌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꽃샘추위가 불던 2007년 봄이었습니다. 당시 한 아버지에게서 새벽 3시 쯤 ‘아기가 태어났는데 장애인이고 미숙아라 도저히 키울 수가 없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문을 뛰쳐나가보니 고양이가 마구 긁고 있는 박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생선 박스였는데, 열어보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미숙아가 있었습니다.

박스를 갖다 놓은 지 시간도 오래 되어서 저체온증도 온 상태였습니다. 바로 아이를 안았는데, 느낌이 섬짓하고 오싹했습니다. 마치 시체를 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때 ‘자칫하면 우리 대문 앞에서 시체가 발견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8년 체코에서 베이비박스를 만들었던 사례를 참고하여 철공 일을 하는 친구와 함께 1호 베이비박스를 만들었습니다. 1호 베이비박스를 통해서 그해 1월에만 450명이 들어왔습니다. 현재까지는 2153명이 베이비박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를 받았습니다.

베이비박스로 오는 아기들은 버려진 아기도, 유기된 아기도 아닙니다. 베이비박스는 전국에서 찾아옵니다. 본인이 아기를 키울 수 없는 피치 못할 상황이 있지만 이 아기만은 살려야 되겠다는 엄마의 본능적인 마음이 베이비박스까지 찾아오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로 하여금 지켜진 아기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엄마들은 왜 베이비박스까지 찾아오게 되었을까요?

A.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 행정과 복지가 미비하고 미혼모를 바라보는 수치와 부끄러움의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서, 한 집의 딸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기를 출산하거나 학생이 출산을 하게 된다면 이를 두고 가문의 망신으로 바라봅니다. 이러한 시선들로 인해 아기들이 베이비박스로 찾아오게 됩니다.

특히 2012년 8월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이 영아 유기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이 법은 태어난 아기들의 출생 신고를 법적으로 강제했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엄마들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제일 나이가 어렸던 엄마가 14살이었습니다. 14살이 출산을 했을 때 아기를 키울 수 있을까요? 당연히 키울 방도가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 국가에서 보호를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국가는 그러지 않고 출생 신고만 강제합니다. 근친과 외도로 태어난 아기들도 출생 신고가 어렵습니다. 외국인 불법 노동자의 아기들 또한 출생 신고가 어렵습니다.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중학교에 가면 임산부석과 수유실, 유아원이 있습니다. 엄마가 수업을 들으러 간 동안 선생님들이 아기를 돌봐주고, 모유수유로 인해 수업을 듣기 어려운 경우 녹음과 필기를 통해 수업을 따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생명 존중, 생명 사랑, 생명 보호. 선진국은 이미 어떠한 형편에 어떠한 사람을 통해 태어났든 간에 어떠한 모양으로 태어났든 간에 자국민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기와 엄마를 보호해야 됩니다. ‘네가 출산했으니 네가 책임져’라는 식의 폭력적인 악법으로 인해 수많은 아기들이 죽고 엄마들이 사회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했지만 국가는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엄마들은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을 당하기 싫어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것입니다.

Q. 현재도 베이비 박스에 영아들이 많이 유기되는 상황인지, 유기되고 있는 영아의 유형과 비율은 어떠한 동향으로 변화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현재는 많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위기에 처한 엄마들은 아직도 찾아오고 있습니다. 보호출산제를 통한 가명 출산 신고도 원하지 않는 경우 찾아오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두 명이 왔습니다. 이제는 아마 점차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Q.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맡기러 온 엄마들과 상담을 진행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상담을 통해 다시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상담을 통해 어떠한 말들을 건네시고 무엇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엄마들에게 우선 잘 찾아왔다고 칭찬을 합니다. 엄마들은 양수가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그 몸을 이끌고 이곳을 찾아 핏덩이를 들고 옵니다.

그리고 성교육을 진행합니다. 엄마들은 성을 너무 가볍게 여겨 피눈물을 흘리며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성은 생존의 도구이며 가벼이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쾌락의 도구가 아님을 알려줍니다.

또한, 엄마들이 자책감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도록 돕습니다. 상담을 진행하지 않고 엄마가 그냥 가버렸던 일이 예전에 있었는데, 그 엄마는 돌아가서 죄책감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이후로 꼭 마지막에 엄마들을 위로하고 엄마에게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엄마가 되라고 말합니다.

Q. 베이비 박스에 도착해 아동보호센터로 보내지는 아동들이 보호종료청년(자립청년)이 되어 독립을 준비하는 시점에 제대로 된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이들의 안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마음이 굉장히 착잡하고 아프고 무겁습니다. 보호종료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국가의 정책과 법, 제도, 행정, 복지가 현재로서는 미비합니다. 보호종료청년들이 독립하기 위해서는 선지원과 주거지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일자리가 있어야 됩니다.

보호종료청년들을 영향력 있는 나라의 일꾼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정책이 있어야 되는데, ‘이제 네 마음대로 살아’라는 식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보호종료청년들은 기댈 곳이 없어집니다. 부모가 없고 보육원 출신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 문화가 보호종료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Q. 현재는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고 계시지만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가장 소망하실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를 위해서는 어떠한 움직임이 필요하며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여전히 존재하는 법의 사각지대를 위해 베이비박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호출산제와 출산통보제가 조화를 이루어 잘 시행이 된다면 베이비박스에 오는 아이들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목사님의 신념은 무엇이며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고 사랑의 대상입니다. 사람을 믿으면 실망합니다. 배반을 당할 수도, 사기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믿음이 아닌 용서와 사랑의 대상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항상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교만해지면 끝입니다. 교만하면 넘어지고,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어렵습니다. 겸손한 사람이 인정받고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인생은 아마 이러한 것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목사님께 생명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A. 생명은 천하보다 귀합니다. 생명은 어떠한 경우든지 어떠한 사람이든지 존중받아야 되고 보호받아야 되고 사랑받아야 되고 축복받아야 됩니다. 그래야 행복한 인생들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 땅엔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 보호가 절실합니다.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의 부부들이 정말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가정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의 가장 큰 행복은 아기가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돌려주면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진정한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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