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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아이들, 버려지는 아이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5-06-01   /   2524
외면받는 아이들, 버려지는 아이들
 

2015년 06월 01일 이혜민 원혜미 이메일 보내기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됐다. 이 법은 요(要)보호아동(부모 및 그 밖의 보호자와 사별하였거나 보호자가 행방불명됐을 때, 또는 보호자에게서 버림받아 그들에게 보호, 양육되지 못하는 18세 미만의 아동)의 입양에 관한 요건 및 절차 등에 대한 특례와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입양될 아동의 권익과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입양숙려제(부모가 아이를 입양 보내기에 앞서 일주일간의 시간 동안 입양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게 하는 제도)의 도입과 입양할 시 기존의 행정법원 신고제에서 가정법원 허가제로의 전환, 양부모에 대한 자격 심사 강화 등이 있다. 이는 법의 개정 목적에 맞게, 입양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입법 취지와 달리, 복잡한 절차와 어려운 조건이 요구되는 입양특례법은 입양 횟수에 영향을 미쳤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 2,000건 이상을 유지해오던 입양 횟수는 2013년이 되자 922건으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입양 건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을 가정법원 허가제인 것으로 분석했다. 가정법원 허가제가 도입되자 입양 절차가 기존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복잡해졌고, 결국 입양 과정을 밟는 중에 입양을 포기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영아 유기 발생 건수 또한 증가했다.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영아유기 발생 건수는 지난 2010년 69건, 2011년 127건, 2012년 138건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이듬해인 2013년에는 225건으로 급증했다. 영아 유기의 장소는 대부분 야산이나 공중 화장실, 음식물 쓰레기통 등 영아의 생명에 위협적인 곳이다. 따라서 세상에 태어난 지 몇 시간이 채 되기 전에 버려져 생명을 잃는 영유아들이 많다.

베이비박스, 생명 살리기의 시작

어느 새벽, 대문에 버려진 아기를 데리고 들어오는 도중 아기가 들어있던 생선박스 옆을 어슬렁거리던 고양이를 본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는 순간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대문 앞에 아기가 아니라 사체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이후 이 목사는 아기가 안전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것이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베이비박스다.

이 목사는 입양특례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다. 법은 사람을 보호하고 생명을 살리는, 즉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입양특례법은 오히려 그 부작용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기 때문이다. 법과 인권과 생명 중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시 되어야 하는 요소는 바로 생명이므로, 생명을 보호하지 않고 도리어 다스리려고 하는 법은 곧 악법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베이비박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아기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유아 유기를 조장하는 단점도 있다는 것이다. 관악구청에서는 베이비박스가 불법이라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가 아기의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만 할 뿐, 불법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다.

그는 많은 위기와 시련에도 현실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해나가고 있다. 홀로 아기를 낳다 아기와 산모의 생명 둘 다 위협 받는 10대 미혼모들을 위해 무료로 병원에서 출산과 산후조리를 할 수 있도록 5개 병원과 협력관계를 맺어둔 상태다. 만약 병원에 가지 못하고 병원 밖에서 출산한 산모들이 있다면, 이들 역시 편안하게 산후조리를 할 수 있도록 베이비룸 옆에 미혼모들의 숙소를 만들어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 보호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출산 우울증을 보이는 미혼모들을 치유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이 목사는 항상 아기를 박스에 두고 도망치듯 뛰어가는 미혼모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아기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을 나눌 수 있도록 베이비박스 옆에 베이비룸을 만드는 리모델링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베이비룸에는 아기침대와 쇼파가 준비돼있어 시간을 두고 이별을 맞이할 수 있다.

이 목사의 바람은 태아의 생명이 보장되고 미혼모도 안전하게 보호받아 최종적으로는 베이비박스의 문을 닫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혼모, 미혼부도 부모가 되고 싶어요

대한민국에서 부모가 되고 싶은 미혼모와 미혼부들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베이비박스를 찾는 아기들의 부모는 10대 미혼모나 성인 미혼모, 미혼부 등 다양하지만 이 중에서도 10대 미혼모의 비율이 가장 높다. 입양특례법 내용 중 출생신고를 강화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 때문에 출생신고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부모들이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두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10대 미혼모들은 출생신고가 다른 사람보다 더 어렵다. 미성년자도 단독으로 출생신고는 가능하지만 주위를 둘러싼 환경이 출생신고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출생신고를 했다고 할지라도 키울 여건이 안돼 입양을 보내려고 할 때는 일주일간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숙려기간 동안 아이와 함께 있을 안전한 공간과 환경이 보장되지 않아 미혼모들에게는 숙려기간 자체가 매우 큰 고통이다.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미혼모들도 위와 비슷한 문제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베이비박스를 찾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미혼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아이를 출산한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미혼부는 아이가 친자라고 해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를 거쳐 재판을 받아야만 한다. 재판 과정은 평균 2년이 걸리고 과정과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신고 과정을 포기하고 주민등록번호 없이 건강보험 등 각종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거나, 아이를 고아로 신고한 후 입양하는 편법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13년 미혼모인 엄마가 출생 직후 떠나버려 미혼부인 아빠에 의해 양육된 사랑이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돼 미혼부들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미혼부들이 처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행 출생신고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이른바 ‘사랑이 법’(가족관계등록법)을 발의했고 이 법은 지난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미혼부들의 현실이 조금 더 개선될 전망이다.

보육원은 안전하지 않다.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거나, 베이비박스에 온 영유아들은 다음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112에 신고를 하면 관할 파출소 담당경찰관이 방문하여 현장 조사를 하고 주사랑공동체에서 작성한 진술서와 DNA체취샘플을 가지고 한다.

그 이후 구청으로, 아동 시립병원으로, 영아일시보호소로 이동하는 길고 지루한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보육원에 도착하게 된다. 이는 해외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해외에서는 구청이나 시청, 119와 같은 국가 공공기관이 베이비박스의 역할을 한다. 또한, 절차를 밟기 위해 아기가 기관을 옮겨 다니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기를 중심으로 모든 절차가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이뤄진다.

베이비박스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면서, 전국에서 아기를 맡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때문에 서울시의 보육원은 포화상태가 됐다. 재정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영유아들이 보육원에 몰려오게 되면서, 보육원들은 아이들을 수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육원에 들어간다고 해도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 보육원이라는 이름은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육원은 흔히 고아원이라고 불리는 공동체다. 이 안에서는 대부분 100명 이상의 아이들이 함께 공동체생활을 한다. 많은 아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보육원 대부분은 엄격한 규칙과 규율을 생활 속에 적용한다.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자율적으로 생활할 수 없고, 무엇보다 친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 사회에 나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나쁜 길로 빠져들기 쉽다.

서울 노원구의 한 보육원 관계자는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실제로 보육원에 오는 영유아의 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는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는 한 계속해서 그 수가 증가하고 보육원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임을 암시한다.

속출하는 부작용, 변화가 필요하다

입양특례법 개정 후 아기를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면서 한쪽에서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고비용 낙태와 인터넷 불법입양이 그 예다. 10대 미혼모나 강간, 근친상간 등 원치 않은 임신을 했지만, 아기를 키울 여건이 안되는 미혼모들은 대부분 낙태를 선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고 또한, 해도 엄청난 비용과 건강의 위험을 부담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모든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낙태하지 않고 아기를 출산했으나 키울 수 없는 미혼모가 증가함에 따라 비밀스럽게 인터넷으로 아기를 입양하는 인터넷 불법 입양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통해 많은 사람이 검거됐지만 아직도 비밀리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아기는 양육 의지가 보장되지 않은 사람에게 팔려가고 그 과정 혹은 입양 후에 생명을 잃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렇다면 현재의 입양특례법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까. 이 목사에게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출산익명제‘를 제안했다. 출산익명제란, 아이를 출산한 병원에서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지만, 아이의 부모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길 거부한다면 아기의 단독 호적을 만들어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단독호적이 만들어지게 되면 아기는 이전처럼 보육원에 갈 필요 없이 바로 입양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이미 프랑스, 독일, 미국과 같은 해외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가 한국에도 도입된다면, 입양특례법 시행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도 바로잡고 근본적으로 아이의 부모와 아이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고 약한 영유아들은 상처 받기 쉽다. 영유아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것을 기억하자. 이 목사의 바람대로 생명이 생명으로써 대우받고 보호받는 세상이 오기를 그래서 아기들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혜민 기자
원혜미 수습기자


ⓒ2015 서울과기대신문
Updated: 2015-05-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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