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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꼬리표…영아유기 부추기는 입양법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5-08-04   /   2476

[이슈&현장] 입양아 꼬리표…영아유기 부추기는 입양법

입양특례법 시행 3년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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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갓난아이였던 둘째를 입양한 A씨 부부는 근심이 많다. 첫째 아이와 달리 둘째 아이의 등본에는 ‘전입’이란 표기가 선명하다. 친모가 출생신고를 한 뒤 입양을 했기 때문이다. 훗날 둘째가 학교에 입학하거나 금융기관 서류를 만들 때 그에게는 ‘전입’ 표기가 돼 있는 출생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과거엔 아이를 입양할 때 직접 출생신고를 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입양한 아이에게도 가급적 성인이 될 때까지는 입양 사실을 숨겼다. 그런데 2012년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미혼모라 할지라도 본인이 자신이 낳은 자녀를 직접 출생신고해야 한다. 아동이 출생 직후 등록돼야 하며 탄생과 동시에 성명·취득권을 갖는다고 규정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른 조치다. 이로써 입양된 아이가 성년이 된 뒤 친부모를 찾기가 한결 용이해졌다. 입양이 됐다가도 부득이하게 파양되거나 자격이 부족한 사람이 부모가 돼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모든 제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달라진 입양 제도 하에서 친부모와 양부모들은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A씨 부부는 “언젠가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알려줘야 할 텐데, 언제 어떻게 말을 꺼내야 상처를 덜 받을지 고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더욱 힘들어진 입양…늘어난 영아유기

3일 경찰청이 집계한 전국 영아유기 사건 발생 건수는 2009년 52건에서 2010년 69건, 2011년 127건, 2012년 139건으로 증가하더니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인 2013년에는 225건으로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원인을 한 가지로 특정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입양특례법이 본래 취지와 달리 영아 유기 발생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부적절한 관계로 아이가 생기거나 아이의 친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미혼모들이 출산기록을 남기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아이를 입양 보내는 대신 아이를 버리는 그릇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A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출생신고 의무화 등 입양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신원 노출을 꺼리는 미혼모들이 아이를 버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선진국에서는 입양 시 당사자들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 정서에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사회복지회 관계자도 “입양특례법이 생기면서 미혼모가 영아 유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미혼모 혼자 아이를 키우기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다, 아이를 낳고 집에 알리지 못하는 상황에 출생신고까지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미혼모를 대상으로 여러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입양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부모 심사제도 강화…“입양 어려워서 포기”


법원은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스캔(SCAN)’ 제도를 통해 입양 희망 부모 자격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 입양 희망 부모의 인성검사부터 재정상태까지 세세한 부분이 심사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채무나 월 급여수준, 어릴 적 자란 환경과 현재 부부관계까지 내밀한 정보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부모의 자격을 검증하기 위해 중요한 사안이라고 하지만 심사과정에서 불쾌감을 겪는 입양신청자도 적지 않다.

지난해 아이를 입양한 B씨 부부는 “법원에서 양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절차라며 질문을 했는데, 너무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까지 물어봐서 기분이 이상했다”며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기 때문에 질문에 성실히 답했지만 이 과정에서 입양을 포기하는 사람도 나온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원의 허가가 나기 전까지 위탁으로 아동을 키우게 한 부분도 입양 희망 부모들이 걱정하게 하는 제도 중 하나다. 친모가 다시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면 아이를 보내줘야 해서 마음의 상처만 받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양 숨기려는 사회 인식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입양특례법이 입양 대상 아이를 위해 필요한 선진적 제도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과도기를 거치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해 장기적으로 제도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지난 6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가족관계등록부상 개인정보를 담은 증명서가 필요할 때 원칙적으로 필수 정보만 기재된 ‘일반증명서’를 사용하게 하고, 그 외 기재사항까지 포함한 ‘상세증명서’를 발급받을 땐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다. 또 증명서 사용목적에 따라 기재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특정증명서’도 도입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결과적으로 중요한 건 사회적 인식”이라며 “입양한 사실을 아이에게 전달할 때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만, 이에 앞서 과거와 같이 입양을 하나의 ‘흠집’으로 여기는 문화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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