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 말은 15년 전 미국으로 입양됐던 한 주한미군 장교가 어렴풋이 기억 속에만 존재했던 생모를 찾고 부둥켜안으며 쏟아낸 첫마디이다. 이 짧은 한마디 속에 원치 않았던 생이별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온전한 가족을 만들어 주는 고귀한 제도 ‘입양’.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 씁쓸한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생겨난 전쟁고아로 인해 해외 입양이 시작됐다. 국내 입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그 수요가 저조해 대부분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되면서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반갑지 않은 타이틀까지 얻게 된 것.
다행히 대국민 홍보와 함께 브래드 피트·앤젤리나 졸리 부부, 차인표·신애라 부부와 같은 국내외 유명 스타들이 입양했다는 뉴스들이 더해져 과거 비밀스럽고 부끄럽게 여겨지던 입양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오랫동안 핏줄을 중시하던 문화 속에서 비밀입양을 선호하던 경향도 변해 지난 10년간 1만3000여 명의 아이들이 국내 가정으로 입양됐다.
하지만 공개입양 시대에 맞춰 아직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교육적인 부분이나 사회적 인식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이 남아 있다. 보통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가 되면 출생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정규과정에 단편적으로 다뤄지는 것을 제외하면 입양아동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아줄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공개입양을 결심했던 가정에도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들면 걱정이 앞서고, 공개입양을 후회하게 한다.
실제로 한 아이를 입양한 어머니가 담임교사와 면담을 한 후 놀랐다는 경험을 전해 들은 바 있다. 아이가 입양아였다는 어머니의 어려운 고백에 “워낙 밝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서 전혀 그런 아이인지 몰랐다”는 교사의 반응에 순간 멈칫했다고 한다. 학교현장의 선생님 시각마저 입양아는 ‘그런 아이’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입양은 새로운 가정의 탄생이고 입양아동에게는 또 다른 축복의 생일을 부여받게 하는 귀중한 제도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친부모가 아닌 ‘
가슴으로 낳아주신 부모’와 산다는 이유로 ‘입양가정’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회 시선이 입양아동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입양특례법 개정을 통해 입양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 입양아의 권익보호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나 이보다 앞서 어떻게 하면 학창시절부터 교육적
요소를 통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승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