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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는 어린이 날…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

엄마 없는 어린이 날…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
"나는 누구인가요?" 베이비박스 유기아동 한해 300여명
(화성=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아동양육시설 신명아이마루.
어린이집에 다녀온 송모(3)양이 원장실로 들어와 "다녀왔습니다"라고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사탕을 받아 갔다.
예의바르고 사랑스러운 이 천사 같은 아이는 사실 3년 전 친모로부터 버려진 아픔을 갖고 있다.

친모는 지난 2013년 9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송양을 서울시 관악구의 베이비박스에 눕혀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친모가 남긴 편지에는 "혼자 키우려는 막막함과 어떻게 해야할지 두려움이 너무 컸단다"라며 "앞으로 좋은 곳에 가서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기도할게. 꼭 찾을 거고, 찾고 싶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내용과 함께 출생일시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송양은 이름도 부모도 모른 채 험난한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버려지는 아동은 한해 300명 가깝다.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와 경기도 군포 새가나안교회 두 곳에 버려지는 아이만 연간 250명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한해 베이비박스 아동은 300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명아이마루는 베이비박스가 생긴 지난 2011년 이후부터 베이비박스 아동을 적극적으로 받아 돌보고 있다. 이곳에 입소한 아동 46명 중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동만 34명이다.
이해근 원장은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편지를 보면 엄마가 대부분 미혼모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친부와 연락이 끊긴 친모가 아이를 버리고 가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은 이름도, 부모도 모르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우리 시설은 베이비박스 아동을 앞장서서 받아 돌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신명아이마루는 관할 지자체로부터 베이비박스 아동을 받으면 작명가를 통해 이름부터 지어준다.
베이비박스 아동은 시설에 오기에 앞서 관할 지자체에서 출생신고를 하게 되는데, 담당 공무원에 의해 이름이 아무렇게나 붙여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관할 지자체에서는 부르기 쉽거나 연예인 등 유명인사의 이름을 갖다 붙이곤 한다"며 "우리 시설에서는 비록 불행하게 태어났지만, 이름이라도 잘 지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다시 돌아오겠다던 부모가 아이를 찾으러 온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들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면서 대부분 "잠시 기다려달라", "꼭 찾으러 오겠다"는 등 편지를 써둔다. 문제는 이럴 경우 부모가 수년째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입양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신명아이마루에서는 지금껏 10명의 아이를 입양보냈는데, 편지가 없거나 돌아오겠다는 약속이 남겨져 있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원장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버렸다고 해도 친부모는 친부모다. 아이를 찾으러 올 때를 대비해 입양을 보낼 수 없는 이유"라며 "다만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차라리 편지에 적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시설 내 베이비박스 아동은 2011년 이후 입소, 아직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영유아들로 매우 밝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을 돌보는 시설 관계자들의 걱정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만 간다.
임보람 과장은 "아이들을 맡아 키워본 결과 초등학생이 되면 점차 정체성을 찾게 된다"며 "가정이 아닌 시설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방황하는 아이들도 생겨난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 아이는 시설로 들어오는 모습을 들켜 고아라고 놀림을 받은 이후 시설이 아닌 멀리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버스를 내린다"며 "베이비박스 아동들도 나중에 겪게될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과거부터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신명아이마루는 지난 1961년 서울시 동작구에 신명영아원으로 창립, 1985년 지금의 오산시 부산동으로 이전하게 됐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 행사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아원으로 불리던 양육시설이 혐오시설처럼 인식됐던 것이다.
신명아이마루는 2010년 11월 현 위치로 이전한 뒤에도 여전히 간판을 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 주민은 "이런 시설이 들어오는 줄 알았으면 반대 시위를 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간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어린이날이 돼서 엄마, 아빠 손잡고 놀이동산에 가는 아이들이 많겠지만, 시설 아이들은 손잡아 줄 사람이 없다"며 "이 세상의 꿈나무인 아이들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우리 사회가 따뜻하게 품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베이비박스 유기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품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무연고 아동들의 치료비 및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이번 캠페인에 대한 참여 문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031)234-2352로 하면 된다.
ky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5/04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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